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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하청 뒤에 숨은 ‘편법고용’ 제동

등록 2008-07-11 19:30수정 2008-07-11 21:39

대법원 위장도급 판결 의미
원청업체가 인사·작업·급여 등 실질적 권한 행사
“사내하청업체는 원청업체의 노무대행기관 노릇”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미포조선의 종업원임을 인정받으려고 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간접고용 확산으로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확산되는 흐름에 일정한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선박 수리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됐던 신아무개씨 등은 길게는 25년 동안 현대미포조선에서 일해 왔다. 형식적 근로계약은 현대미포조선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용인기업과 맺었지만, 현대미포조선 작업장에서 이 회사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이 근무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원청업체의 외주화 방침에 따라 사내하청업체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다.

1·2심은 “현대미포조선과 원고들 사이에 외견상 근로계약관계와 유사한 면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여러 근거를 들어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미포조선과 사내하청업체가 별개 사업자이고 △사내하청업체가 신씨 등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사내하청업체와 협상해 왔다는 점 등을 들어 위장 도급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업체로부터 지시와 감독, 교육을 받아가며 일했다는 점 등을 열거하며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미포조선은 사내하청업체가 모집해 온 근로자에 대해 기능시험을 실시한 다음 채용 여부를 결정했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거나 승진 대상자 명단을 통보하는 등 채용·승진·징계에 관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정도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통제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사내하청업체의 작업량 단가가 현대미포조선과 그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협약 결과에 연동됐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상여금과 퇴직금, 사회보험료 등을 현대미포조선이 산정해 지급하는 등 원청업체가 제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사내하청업체는 사업체 형식은 갖추고 회계업무 등을 처리했지만, 사무실도 현대미포조선이 제공할 정도로 원청기업의 “일개 사업부서 또는 노무대행기관” 노릇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판결 배경에는 간접고용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무분별한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킴은 물론 노동3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데까지 이른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판결 설명자료에서 “이와 같은 기업의 외부 노동력 이용은 노동자 쪽에게는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 수준을 강요하고,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액 중 상당 부분을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이중착취의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한편 “위장 도급 여부 판단은 구체적 사안에서 주장·입증 등 심리를 통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법원에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낸 것을 포함해 위장 도급 여부가 쟁점인 소송이 5건 계류돼 있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위장 도급 논란을 피하려는 기업들의 외부 인력 사용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어 법적 다툼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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