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도 훌륭한 학습장 체험학습을 꼭 먼 곳으로 가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 마세요. 눈 오는 날 신나게 놀고 이렇게 동네에서 공부하면 되잖아요. 눈 오는 날 신나게 놀고 난 뒤 눈의 결정체 그려보기부터 함박눈과 가루눈은 어떤 날씨에서 내리는지, 스키장에선 왜 눈이 부시는지 등을 알아보기에다, “눈 오는 날 개 싸다니듯” 등 눈에 관한 속담 알아보기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체험학습이 된답니다.
‘주5일 수업’ 한달에 두번 한다는데…
지난해 월 1회 하던 주5일 수업이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월 2회로 늘어난다. 아이들이 체험학습 등을 할 토요일이 그만큼 많아져, 학부모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
자녀가 초등학교를 다닌 6년 내내 현장 체험학습과 여행을 부지런히 해 온 한 학부모에게 경험에 바탕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학부모들마다 생각과 여건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알차게’ 꾸미는 데 좋은 참고자료로 삼을 만하다.
재현이 엄마의 ‘체험학습’ 체험기
올해부터 학교에서 주5일 수업이 월 1회에서 월 2회로 늘어난다. 처음에는 토요일에 노는 즐거움이 나중엔 체험학습 보고서를 써야 하는 스트레스로 변하는 것을 느낀 가정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에는 또 어디를 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정말 여행을 좋아한다. ‘푸른하늘’ 재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우리 부부가 가고 싶은 곳으로 주로 여행을 갔다. 그러다가 재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일반적인 가족여행에서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추게 됐다. 그렇게 6년을 보내고 이젠 재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다.
여럿이 함께= 초등학교 입학 전과 뒤에 달라진 여행 포인트는, 단순 관람이나 일회성 경험에서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하게 됐다는 점이다. ‘난 어디 어디 가보았다’에서 ‘난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다’로 바뀌게 된 것이다. 여행 경비를 최소화해 1번 갈 비용으로 더 많은 기회를 가지려 노력했다.
맨처음 체험학습을 했을 때는 교육적인 곳에 가보았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워하고 뿌듯해하곤 했다. 그런데 뭔가 아쉬운 2%가 있었다. 마음이 맞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모임을 이뤄 다니게 되었다. 일단 여러 친구들과 가족이 다니게 되면서 단체에서 지켜야 할 시간이나 예절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우리 가족만 가서는 그냥 휙 한번 둘러보고 오는 수준에서 나아가, 전문 안내인(가이드)의 도움으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체험학습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한 곳의 자원봉사 가이드도 있었지만 가끔은 운 좋게 그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를 가이드로 만나는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런 때에는 정말 몇 배의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보이는 만큼 느끼고 생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이렇게 하면서 단점도 서서히 느끼게 됐다. 우리 아이가 정말 관심을 가지고 더 깊이 있게 보고 싶어도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강한 재현이에게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또 가이드의 능력에 따라 배우는 것들이 차이가 났다. 체험학습 모임에서 가장 큰 장점인 비용이 적게 들고 준비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미리 공부하고 보고서로 마무리를= 그래서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스스로 체험을 준비하고 미리 공부하고 나서 여행을 떠나는 아주 능동적인 여행을 시도해 보았다. 궁궐 답사가 그 보기다. 우리나라에 나온, 초등학생이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궁궐과 역사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다 읽었다. 스스로 공부하면서 아이는 그때까지의 모임 여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적극적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초등학생으로서 알아야 할 지식을 미리 스스로 공부하고 나서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천장에 있는 문양 하나, 석상 하나, 암막새 기와의 무늬 하나 등 건축물의 아주 세부적인 특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듯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역사적인 진실을 알고 나서는 조상의 숨결을 조금이나마 느낄 줄 아는 아이로 바뀌게 됐다. 국보 제 몇 호이고 어떤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진짜 여행을 비로소 하게 된 것이다. 드디어 전문 가이드의 설명이 절실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맨 앞에서 하나라도 더 들으려고 팔이 빠지도록 필기를 했는데 말이다. 아이는 스스로 필요한 사진을 찍고 보고서를 쓰고 편집도 했다. 보고서를 쓰면서 다시 여행에서 배운 것을 정리하고 다듬을 수 있었다.
나는 아이가 체험학습을 하면 그 내용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책으로 달달 외운 것보다는 오래 가긴 하지만 얼마쯤 지나면 잊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럴 때 아이가 쓴 보고서나 사진, 팜플렛을 보면 다시 감동과 지식이 떠오르게 된다. 보고서는 어떤 형태로든 꼭 쓴다면 여행의 효과는 두 배 이상이 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염두에 둘 몇 가지=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서 깨달은 것들이 있다.
첫번째, 여행할 때 많은 것을 보려 하기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도록 이끈다.
두번째, 사전 준비를 하고 여행을 간다. 체험한 느낌은 꼭 쓴다(효과는 몇 배 이상이다). 그 보고서는 버리지 말고, 꼭 챙기길 바란다.
세번째, 좋은 전시나 축제는 해마다 꼭 참석한다(수학 체험전이나 과학 축전 등). 비슷한 내용이 들어갈 때도 많지만 아이는 해마다 알아가는 것들이 다르다.
네번째, 과학 체험, 자연생태 체험, 역사 체험, 사회과학 체험, 미술이나 스포츠 체험 등 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다. 흥미 있는 한 부분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이런 체험학습 경험 덕분인지 아이는 사회나 과학을 전혀 어려워하거나 지루해하지 않았고, 살아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언제나 수업 시간에 적극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멀리 가고 많은 비용을 들이고 거창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렸으면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처음에는 집에서 1시간쯤 경험하는 내용이면 족하다. 예를 들어 팝콘을 튀겨 보자. 옥수수와 팝콘을 비교해 보기(촉감·색·냄새·부피)도 하고, 옥수수가 튀어오를 때 어떤 변화와 소리가 나는지, 세상에 없는 나만의 팝콘을 상상해 본다. 이걸 글이나 그림으로 나타내면 끝난다. 가까운 동사무소·서점 나들이, 우리 동네 지도 만들기, 무료 행사 참가하기 등 쉽고 돈이 안 드는 작은 것들부터 하나씩 해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범위를 넓혀 나갔으면 좋겠다.
황미용/학부모·울산 중구 약사동 asak.co.kr
‘신기한 과학놀이’ 재현이가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놀자, 과학아! 샌프란시스코 과학놀이 체험전’에서 비누용액을 푼 물로 속이 텅 빈 방울을 만들어 보고 있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찰칵’ 청송 바이오 엑스포에서 재현이가 체세포를 직접 떼어내어 자신의 디엔에이(DNA)를 만들어보기 등을 하고 난 뒤, 아인슈타인 인형 차림을 한 사람과 함께 나란히 섰다.
황미용씨가 추천하는 ‘학년별 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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