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개념 쏙쏙
배수와 약수 개념은 ‘자연수’ 범위서 종철이는 이제 곧 5학년이 된다. 5학년 수학이 어렵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터라 은근히 겁이 났다. 그래서 미리 예습을 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어렵다. 그래서 수학 잘하는 누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누나. 배수는 뭐고, 약수는 뭐야?” 동생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누나. “어떤 수랑 어떤 수를 곱하잖아. 그 때 나온 답이 배수이고, 처음에 곱한 수들을 약수라고 해.” 누나의 설명을 듣고도 종철이는 알쏭달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누나가 동생을 위해 한마디를 더 해 주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만약 2와 3이 곱해지면 6이 되지? 이때 6이 배수고 2나 3은 약수다 이거야!” 종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곱해진 건 배수, 곱하는 건 약수…’라고 속으로 외웠다. 그러다가 누나에게 물었다. “근데 3 곱하기 0은 0이잖아. 이럴 때는 0이 3의 배수가 되는 거야?” 종철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약간 당황한 누나는, “음… 그러니까… 그럴 땐 0이 배수도 되겠지. 아, 아니다. 0은 제외야. 아닌가? 잘 모르겠는데…”라고 얼버무렸다. 잠시 후 종철이가 누나에게 또 물었다. “그리고 있잖아, 1/3이랑 6이랑 곱하면 2잖아. 그럼 1/3은 2의 약수야? 그리고 2는 6의 배수야?” 그러자 갑자기 누나가 화를 내었다. “그게 말이 되니? 2가 어떻게 6의 배수가 되니?” 하지만 누나가 왜 화를 내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는 종철이. “아까 누나가 서로 곱해서 나온 게 배수라고 했잖아….” 종철이의 질문에 대한 누나의 설명에 부족함은 없었을까? 종철이의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1. 3×0=0이다. 이때 0은 3의 배수! 누나가 깜박하고 잊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누나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었던 사실 한 가지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배수와 약수는 ‘자연수’에만 한정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와 있는 배수와 약수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배수: 5를 1배, 2배, 3배…한 수 5, 10, 15…를 5의 배수라고 합니다(5-가, 2쪽). *약수: 6을 1, 2, 3, 6으로 나누면 나누어떨어집니다. 이 때 1, 2, 3, 6을 6의 약수라고 합니다(5-가, 4쪽). 교과서의 이 예만으로는 5의 0배인 0이 5의 배수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직 음의 정수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배수와 약수 또한 자연수에 한정한다는 것을 굳이 드러내어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1배, 2배, 3배와 같이 ‘몇’ 배를 할 때 그 ‘몇’이 자연수이어야 한다는 것을 밝힐 필요는 있어 보인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두 개 이상의 자연수의 공통인 약수를 그 수들의 공약수라 한다’ 또 ‘두 개 이상의 자연수의 공통인 배수를 그 수들의 공배수라고 한다’(7-가, 중앙교육진흥연구소, 36쪽)고 되어 있다. 따라서 중학교에서도 배수와 약수는 자연수에만 한정되어 있으므로 0에 대하여 따질 필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고교 과정에서는 수의 약수와 배수에 대해서는 따로 정의하지 않고 다항식의 약수와 배수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약수와 배수는 자연수뿐 아니라 정수 전체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다. 따라서 (-2) ×(-3)=6이므로 -2와 -3은 6의 약수이고 6은 이 수들의 배수가 된다. 그렇긴 하지만 초,중,고 과정에서 배우는 학교수학에서는 배수와 약수에 대해 자연수에 한하여 다룬다는 것을 알아두자. 2. 1/3×3=1. 하지만 1은 3의 배수라고 하지 않는다! 배수와 약수의 관계는 자연수, 또는 정수 사이에서만 다루어짐을 알았다. 따라서 1/3×6=2라고 해서 1/3을 2의 약수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1/3이 자연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1/3×5=5/3라고 해서 5/3가 1/3의 배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배수와 약수를 처음 배우는 종철이의 질문은, 자신이 이미 배수와 약수에 대해 통달하였다고 생각한 누나에게는 다소 생뚱맞았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배수와 약수에 관하여 좀더 명확한 개념을 갖기 위해서는 당연한 질문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적절히 해결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교과서 설명만으로는 충분히 알 수 없는 때가 있기도 하고, 초등 수학이라 하더라도 그 이상의 수학적 지식이 있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여야 어떤 개념을 처음 접한 아이들이 느끼는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강미선/<개념잡는 초등수학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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