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 리포트
요즘 10대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연예인은? 배용준, 장동건, 권상우. 아니다. 이준기와 슈퍼주니어다. ‘기생 오래비’처럼 생긴 게 뭐가 멋지냐고 할 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최고의 이상형이다. 텔레비전은 이런 10대들의 취향을 반영하듯 여자보다 더 예쁘게 생긴 남자 연예인들을 대거 내보낸다. 신문에서도 ‘크로스 섹슈얼’이라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예쁜 남성 이미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준기가 나오는 ‘왕의 남자’에 대한 사회적 담론 역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10대들이 이처럼 여자같이 생긴 남자 연예인들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성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큰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연애할 때 남자 친구에게 보호받고 싶고 기대고 싶어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시대가 바뀌어 남성우월적인 면들이 많이 없어지면서 ‘보호받고 싶은 여자’ 같은 생각들이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신 같이 수다 떨고 쇼핑하고 영화나 연극 등을 보러 다닐 수 있는 친근한 분위기의 남자를 원한다. 기영숙(14)양은 “남자답다는 게 더 이상 매력이 아니예요. 그보단 친근하고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여성다운 매력을 가진 남자가 훨씬 멋있어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여자들의 경우, 여자보다 더 예쁘게 생긴 남자에게 끌리는 측면도 있다. 김수진(15)양은 “흔치 않은 외모와 여자보다 더 예쁘게 생긴 외모가 신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정수연(15)양 역시 “마음을 녹일 듯한 목소리 등 여자같은 매력이 너무 좋다”며 이준기 같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예쁜 남성에 대한 10대들의 애착은 팬카페에서 다양한 활동들로 표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수 슈퍼주니어의 팬들이 만든 팬픽을 보면 같은 남자이지만 더 여성스럽게 생긴 멤버가 여자가 되어 주인공으로 나온다. 연예인의 얼굴과 여자 모습의 사진을 합성하여 팬들끼리 만들어서 돌려보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예쁜 남성 배우들의 의상 또한 난데없이 인기몰이를 한다. 그들이 입고 나온 망토며, 모자, 귀고리 등을 따라서 해보는 것이다. 꽃미남 배우들의 미니홈피에 가보면 배우들과 여성팬들 사이에 의상에 대한 대화들이 수시로 오간다. 예쁜 남성상이 여자들에게만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남성상이 인기를 끌면서 10대 남자 아이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다. 예전이면 징그럽다며 피했을 남자 아이들이 드러내놓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패션에도 신경을 쓴다. 박정수(17·고1)군은 “헬스클럽에 다니며 근육질 몸매를 만드는 친구들은 여전하지만, 뷰티숍이나 마사지숍 등에 가서 피부관리를 받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시대에 따라 좋아하는 남성의 이미지는 늘 변해왔다. 기성세대에겐 그저 한 때의 유행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크로스섹슈얼의 열풍과 예쁜 남자 연예인들에 대한 10대들의 관심과 열광은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글·사진 안신재/1318리포터, 서울 세화여중 2학년 dkstlswo03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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