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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운전면허 소지자는 18살이상”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등록 2006-04-02 18:03수정 2006-04-04 13:20

논리로 배우는 수학

문화방송 <피디 수첩>의 보도로부터 불거진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조작 사건의 전말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더라도 황교수는 훌륭한 사람이고, 노벨상을 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남아 있다.

수학에서는 어떤 사람의 주장을 ‘명제’라고 한다. 황교수팀이 작성하여 제출한 논문의 내용은 일종의 명제이다. 학생들이 직접 논문을 써 보지는 않았지만, 논문이라는 말은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면서 ‘명제’라는 말에는 그게 뭐냐는 반응이다. 어떤 사람의 주장이나 논문이라는 말은 쉬운 말이며, 명제는 어려운 말처럼 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명제는 과연 전혀 듣기 어려운 희귀한 말일까?

수학 <8-나>와 <10-가> 교과서에 보면 ‘문장이나 식 중에 그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것을 명제라고 한다’고 돼 있다. 수학 시간에 명제를 가르치는 것은 어떤 주장이나 논문의 참, 거짓을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와 같은 판단이나 논리적인 설명이 중요하지 않다면 명제는 가르칠 필요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제각각 엉터리 주장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므로 그런 주장이나 논문의 진위(眞僞)를 판단하고 어려운 내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구성원들을 이해시키는 일을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그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명제를 공부해야 한다.

옛날 초나라에 한 장사꾼이 창과 방패를 동시에 팔면서 이렇게 외쳤다. “이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습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습니다.” 만일 창을 파는 장사꾼과 방패를 파는 장사꾼이 서로 달랐다면 영업적인 면에서 눈감아 줄 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한 집에서 두 물건을 팔면서 이렇게 외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래서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하지 않음을 가리키는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다. 모(矛)와 순(盾), 즉 창과 방패는 따로 쓰면 두 가지 물건을 가리키지만 모순(矛盾)이라고 붙여서 쓰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이와 같이 어떤 주장의 참, 거짓을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학 교육에서는 명제라는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이제 명제를 공부하는 학생의 마음이 달라졌을 것이다. 명제를 정확히 배우지 않으면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도 못하고 자기의 훌륭한 생각을 논리적으로 남에게 설명할 수도 없을 것이므로 명제를 정확히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명제에서 보면 참인 것과 거짓인 것을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명제가 참이라는 것은 모든 경우에 항상 참이 된다는 것을 보여야 하며, 단 하나의 거짓이라도 발견되면 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반면에 그 명제가 거짓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잘못된 예를 발견하여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수학에서 가르치는 명제의 핵심이다. 다음 명제들은 참이다.

“운전면허 소지자는 18살이상”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운전면허 소지자는 18살이상”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이와 같이 참인 명제들은 모두에 대하여 거짓이 없음을 증명을 해야 한다. (1)의 증명은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당장 용산중학교에 가서 직접 학생들을 모두 조사하는 것이 최고이며, 용산중학교가 남학교라는 사실로부터도 추측할 수 있다. (2)의 증명은 비록 그 대상이 유한하긴 하지만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나이를 확인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의 규정을 가지고 확인이 가능하다.

이제 다음 명제들을 보자.

“운전면허 소지자는 18살이상”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운전면허 소지자는 18살이상”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이들은 모두 거짓이며, 거짓이 되는 예를 단 하나만 찾아도 증명된다. 그러므로 (3)은 (1)의 용산중학교와 마찬가지로 반포대교 입구에 있는 한강중학교에 가서 1학년 2반에 있는 남학생을 한 명만 찾아도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한강중학교 1학년은 여학생 수(155명)에 비해 남학생 수(45명)가 너무 작기 때문에 남녀합반이 아닐 수 있으므로 꼭 가서 확인해야 한다. 올해 한강중학교 1학년 2반에는 남학생이 15명이 있으므로 (3)은 거짓이다. (4)가 거짓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다 조사해야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한 명만 찾아도 거짓임이 증명된다.

다시 황교수팀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비록 황교수팀이 여러 가지 훌륭한 업적을 가졌더라도 그들의 논문, 즉 명제는 참이 아니다. 잘못된 예를 한 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그 명제는 참이 아니라는 수학적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이는 사회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노벨상과 국익도 인간성과 정직성을 상실하면서까지 성취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수학이 그렇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수일/서울 용산고 교사 choisil@mathlo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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