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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로또 1등 확률 1/8,145,060… 기대값으로 따지면 손해만

등록 2006-04-16 14:25수정 2006-04-17 13:55

논리로 배우는 수학

5년간 사실상 부부로 살아 온 30대 남녀가 로또 복권 당첨금 19억원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로또’ 하면 ‘인생역전’이라는 선전 문구가 금방 떠오른다. 로또 복권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여러 글을 보면 로또의 문제점을 설명하기보다는 로또를 조장하는 듯한 글이 대다수이다. 로또를 한 번 수학적인 안목으로 따져 보자.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수 중에서 6개의 서로 다른 수를 고르는 것이므로, 총 경우의 수는 45개에서 6개를 뽑는 조합의 수와 같다. 이것을 계산하려면 고등학교 2학년 <수학 I> 과목의 순열과 조합 단원에서 배운 다음과 같은 조합 계산식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의 경우가 나온다.


814만5060명이 서로 다른 번호를 써서 로또에 응모했다면 1등에 당첨될 확률은 1/8,145,060이 되는 것이다.

이미 구했지만 확률의 정의를 정확히 보자. 일어날 수 있는 각 사건이 똑같은 정도로 일어날 것이 기대될 때, 어떤 사건 A가 일어날 확률 P(A)는


로 정의된다. 정상적인 주사위 한 개를 던졌을 때 각 면의 수가 나올 가능성은 똑같다고 할 수 있으므로 주사위를 던져 3의 배수(3과 6)가 나올 확률은 2/6=1/3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정육면체가 아닌 보통의 지우개에 1부터 6까지를 쓰고 던진다고 할 때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위의 확률의 정의를 사용하려면 각 사건이 똑같은 정도로 기대된다는 조건이 만족되어야 함을 명심하자. 2005학년도 수능시험에 두 개의 주사위를 동시에 던질 때, 한 주사위 눈의 수가 다른 주사위 눈의 수의 배수가 될 확률을 구하는 문제가 있었다. 60%의 학생이 전체 36가지 중 14가지가 해당된다고 착각을 하여 틀렸다. 실제로는 22가지이다.

그러나 로또 문제는 확률 문제가 아니다. 기대값을 생각하는 통계 문제이다. 로또를 확률로 보지 않고 통계로 봐야만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기대값이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평균’이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즉, 어느 한 사람이 로또 복권을 샀을 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금액이다. 그런데 로또 복권은 복권의 수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총 상금을 복권 판매액의 50%로 정해 놓았다. 2천원짜리 로또 복권의 기대값은 50%인 1천인 셈이다. 로또 복권은 판매 금액과 상금이 매번 달라지므로 수치로 설명하기가 곤란하여 다른 복권을 예를 들겠다.

논리로배우는수학
논리로배우는수학
어떤 주택복권은 100,000번부터 399,999번까지 30만 매를 1조부터 6조까지 180만 매를 발행한 후 추첨에 의하여 당첨번호를 결정한 후 다음 내역의 당첨금을 지급한다.

고등학교에서는 평균, 즉 기대값을 로 쓰는데, 그 정의는


이다. 그러므로 당첨금에 대한 기대값은 당첨금이 변량이 되고 각 변량의 확률은 그 당첨금의 매수를 1,800,000으로 나눈 것이다. 이것을 끼리끼리 곱한 다음 모두 더하면 평균(기대값)이 된다. 이 설명은 중학생에게 약간 어렵게 느껴질텐데, 그것은 시그마라는 합의 기호를 사용한 것과 확률 를 사용한 탓이다. 중학생 버전으로 설명하면 위 식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그런데 여기서


이고, 덧셈을 시그마 기호를 사용하면 위의 고등학교 평균 구하는 식과 같음을 이해하는 것도 큰 공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주택복권의 기대값을 구하는 계산을 하는 것은 결국 총 상금 9억원을 180만으로 나누는 것과 같고, 그 결과는 500원에 불과하다.

즉, 1천원을 내고 주택복권을 사는 순간 이미 500원은 다른 사람의 돈이 된 것이니 돈을 도둑맞은 것이나 다름 없다. 복권은 오래할수록 돈이 줄어들게 되어 있다. 화가 나서 복권 180만 장을 모두 사서 모든 상금을 독차지하면 부자가 될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18억원을 들여 9억원의 상금을 탄 꼴이니 9억이 손해가 난 것이다.

이제 로또 복권으로 돌아가자. 누가 1등을 하기 위해 모든 조합의 번호를 다 써서 모든 등위의 상금을 타려면 814만 장을 사야 하고 그러려면 거금 80억 원이 필요한데 본인한테 돌아오는 것은 40억 원이니 40억 원을 매주 버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손해가 나는 복권을 정부의 7개 부처가 공동 참여하여 발행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어찌될 것인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연일 매스컴에서 떠드는 이유도, 많이 팔릴수록 정부에서 가지고 가는 돈(판매액의 30%)도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국민들의 사행심을 부추켜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려는 나쁜 의도라고 생각되기까지 한다.

실제로 로또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학생들의 생각을 바로 잡을 길을 고민해 본다.

최수일/수학사랑 회장, 서울 용산고 교사 choisil@mathlo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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