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크레용 등 학용품이나 생활용품을 집안 곳곳에 종류별로 놓아둔 뒤 양동이 등에 담는 놀이를 하면 단수/복수 개념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홍현주의 엄마표 영어
한국인을 괴롭히는 영어 개념 가운데 하나가 명사의 단수/복수이다. 명사란 사람·동물·사물·개념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는 책이 한 권인지 그 이상인지에 따라 book에 [a/the 모자]를 씌우든가, [-s 꼬리]를 달아 줘야 한다. 먼저 불특정한 책 한 권, 애들 말마따나 ‘그냥 책 한 권’을 말하면 a book이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거론 대상인 책 한 권’을 말할 때는 the book이다. 그런데 책이 두 권만 되도 books이다.
여기까지는 좀 낫다. 문제는 많거나 여럿인데도 [-s 꼬리]를 달지 않는 명사가 부지기수요(deer, sheep/water, air, sand…), 거의 붙이지 않고 쓰다가도 불쑥(?) -s를 달기도 하는 명사도 있다(food, fish…). 이렇게 일일이 따지고 헤아리다간 아이들이 질색한다. 초등 고학년이 되기 전에는 일단 눈으로 보고 손으로 셀 수 있는 것으로 복수 형태를 확실히 익히게 하자. [-s 꼬리]를 꼭 붙이는 훈련을 시키자는 뜻이다.
미국에 왔던 2학년 일본 여학생 아이까는 도통 단/복수 구분을 못했다. 담임은 학습지를 날마다 책상에 올려주는데 들여다보면 연필이 여러 자루와 한 자루 있는 그림 따위를 놓고 pencil, pencils를 쓰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학습지를 할 때는 복수형을 금방 구분하지만 말로 하라면 “아이 하브 투 펜스루 I have two pencil.”
가만 보니 곰살궂은 아이까는 주머니나 필통에 요것조것 넣기를 좋아했다. 아이까와 나는 매일 10분씩 한 달간 ‘집어넣기’ 놀이를 했다. 빈 가방을 들고 교실을 돌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물건을 가방 속에 넣으며 “나는 ~을 가방 속에 넣는다.”라고 동작을 묘사하는 말을 연습했고 효과는 만점이었다.
연필 외에도 크레용, 구슬 등으로 a red crayon/many crayons, a marble/ten marbles 하면서 연습해 보자. 사실 “나는 ~을 넣는다”는 연습을 위한 문장일 뿐 일상생활에서 쓸 일은 별로 없다. 구문을 바꾸어 다음과 같은 훈련도 해보자.
There is a chair in my room./There are four chairs in the kitchen.
(내방에는 의자가 한 개 있다/부엌에는 의자가 네 개 있다.) I have a notebook./I have a lot of notebooks.
(나는 공책을 한 권 갖고 있다./나는 공책을 많이 갖고 있다.)
신발을 한 짝만 신고 “I am wearing a shoe.”, 두 짝 다 신고서 “I am wearing shoes.”라고 말해도 재미있다. 어른 신을 신으면서 big shoes 혹은 dad’s shoes로 해도 된다. 또 과자를 먹고 나서 “I ate a cookie.” 또는 “I ate cookies.”라고 한다. 물건을 마련한다면서 빵이나 종이를 준비하면 다소 골치 아프다. a piece of bread/paper 또는 pieces of bread/paper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놀이로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추상적인 명사는 그렇질 못하니 생각이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 설명하는 게 낫다.
경성대 영문과 초빙교수, <부모를 위한 초등6년 영어 관리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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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에는 의자가 한 개 있다/부엌에는 의자가 네 개 있다.) I have a notebook./I have a lot of notebooks.
(나는 공책을 한 권 갖고 있다./나는 공책을 많이 갖고 있다.)
홍현주/경성대 영문과 초빙교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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