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검색전문가’ 최성진씨
인터넷 검색창에 ‘이효리’를 쳤는데 학자들의 연구논문이나 리포트가 먼저 뜬다면? 가수 이효리의 최신곡과 이미지, 관련 뉴스를 원했던 이용자는 웹문서를 몇 장이나 넘겨봐야 할 것이다. ‘꽃 배달’을 검색한 것은 누군가에게 꽃 선물을 하려는 것일 테니 무엇보다 업체들의 연락처가 한 눈에 보여야 할 것이고, ‘베스트셀러’라고 쳐 넣었다면 최근 가장 많이 팔린 책 목록이 궁금한 것일 게다. 검색 단어가 포함된 웹문서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가 그 단어를 검색하는 ‘이유와 목적’까지 고려해 결과값를 보여주는 ‘통합 검색’은 한국 검색 사이트들만의 필살기다. 야후와 구글을 무릎 꿇린 ‘이용자 중심 검색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다음커뮤니케이션에만 약 100여명의 검색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검색전략팀 최성진 팀장은 얼마전 국내 대형 서점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그 서점이 갖고 있는 5만여종의 책 본문을 검색 범위에 포함시켜 이용자들에게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초창기 ‘검색’은 정보의 바다를 헤매는 이들에게 반짝이는 등대 역할을 주로 했지만, 요즘은 이용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정보도 손 안에 쏙 들어오게 쥐어주고, ‘필요’뿐 아니라 ‘재미’까지 충족시켜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 팀장은 “정보의 흐름과 경향을 읽고 이용자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 참신한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 창의력·상상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검색과 관련된 업무는 크게 네 분야로 나뉜다. △검색 서비스 기획 : 이용자 눈 높이에서,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정렬해 보여줄 것인지 기획하는 일. 한 단어가 내포하는 원래 의미와 최근 사회적 쓰임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하고, 분류체계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문헌정보학과 전공자들이 많다. △검색 개발 : 기획된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되도록,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는 일. 인지 과학 등 공과계열 전공자·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들이 많다. △검색 지킴이(서퍼 또는 퀄리티 콘트롤러) : 24시간 사이버 공간을 지켜보면서 좋은 정보를 걸러내 수집하고 이용자들이 이를 활발히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상업적이거나 성인 전용인 키워드가 인기검색어 순위에 올라오지 못하는 건 이들 덕택이다. 특별한 전공보다는 인터넷의 특성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검색 전략 : 해당 검색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이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나 서비스를 개발·구축하는 일. 마케팅 감각이 필요한 일이라 경영·경제 전공자들이 유리하다.
서비스 기획과 개발 업무를 주축으로 움직이던 검색 분야에, 최 팀장 같은 경영 전략·마케팅 관련 인력이 절실해진 것은 새로운 흐름이다. 인터넷 환경이 변하면 또 어떤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필요하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 최성진 팀장은 “검색과 관련해 앞으로 꾸준히 새로운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팀장은 “검색은 이용자들의 ‘일상’을 반영하는 것인만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해 이를 서비스와 연결지을 수 있는 사람, 작은 정보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꼼꼼함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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