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전문성 강화에 역점
다양한 프로그램 보급 계획
국내외 자료도 수만점 보유
구심점 역할 소화 아직은…
다양한 프로그램 보급 계획
국내외 자료도 수만점 보유
구심점 역할 소화 아직은…
서울 역삼동에 28일 문열어
우리나라도 드디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nlcy.go.kr)을 갖게 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2435평 규모로 오는 28일 개관식을 갖는다. 2004년 4월 국립중앙도서관 내 어린이청소년도서관 태스크포스 구성, 2005년 7월 설립기획단 발족 등을 거쳐 준비 2년여만에 문을 여는 셈이다.
● 어떤 기능을 하게 되나
표방하는 가장 큰 임무는 각종 어린이도서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일이다. 국립어린이도서관 이숙현 관장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공 어린이도서관 514개, 민간 어린이도서관 109개, 초·중등학교 도서관 9649개이 있지만 구심체가 없었고, 개별적 서비스를 해온 탓에 유기적 업무 협조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따라서 국립어린이도서관은 그동안 공백 상태에 놓여 있던 어린이도서관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 개발을 1차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어린이도서관을 하나로 묶는 전국어린이도서관협의체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정책 개발과 함께 어린이·청소년 문학 연구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국내외 아동 및 청소년 출판물에 대한 조사 연구를 진행하고 아동문학 작가, 출판 관련자, 도서관 관련자들의 연구도 뒤받침하기로 했다.
평생 책읽기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어린이·청소년 독서진흥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도 국립어린이도서관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 이를 위해 독서실태를 조사하고 모범사례를 발굴해나가는 한편, 어다양한 독서문화활동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전국 어린이도서관 서비스의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는 일도 국립어린이도서관에서 주도적으로 하게 된다. 어린이 사서, 사서 교사, 자원활동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기·부정기적인 교육, 세미나, 워크숍, 강연회 등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 주요 시설은 어떻게 구성됐나
크게 어린이 공간, 청소년 공간, 연구자 공간, 각종 문화행사 및 독서활동 공간, 휴식 공간 등으로 구분된다. 1층은 어린이서비스 전용공간으로 어린이자료실과 외국아동자료실로 구성돼 있다. 어린이자료실은 유아 및 초등학생을 위한 자료실로, 학년별 교과 관련 도서, 어린이 대상 연속간행물 등 약 1만2천권을 비치하고 있다. 어린이자료실 옆 이야기방에서는 매주 토요일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학중에는 독서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외국아동자료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일본,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온 외국 자료 5천여책을 볼 수 있어, 다양한 세계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다.
2층에는 전시실과 멀티미디어실이 마련됐다. 전시실에서는 각종 각종 기획전시 및 외부기관 전시를 유치해 운영하고, 멀티미디어실에서는 디브이디(DVD), 시디롬, 오디오 시디, 비디오 시디, 온라인 자료 등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소장 자료는 모두 4만6천여점에 이른다. 인터넷 정보 검색은 물론 위성방송·교육방송 시청, 어학학습기·노트북 이용 등이 가능하다. 실내에 마련된 영상실에서는 정기적으로 음악·영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3층은 청소년 및 연구 공간이다. 청소년운영실에는 각종 국내외 청소년 관련 자료 8천점을 만날 수 있다. 중·고등학생 사회봉사 신청자를 대상으로 자료 정리, 책 읽어주기 등 사서 체험을 해보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연구자료실에는 국내외 어린이·청소년 관련 이론서, 비평서, 아동문학 관련 이론서, 독서지도 등의 1500여책, 북한 아동서 300여책, 아동문학 관련 학위논문 400여책, 연속간행물·신문·국내외 어린이도서관 소식지 등 1만2천여책을 비치해 개가제로 운영한다. 강소천, 박홍근, 윤석중 등 원로아동문학가들로부터 기증받은 개인문고 자료 9500책도 있다.
4층에는 서고자료실, 강당, 세미나실, 독서토론실이 마련됐다. 서고자료실에서는 개가 자료실에 다 전시할 수 없어 창고에 보관된 책들을 열람 신청을 통해 볼 수 있다. 세미나실은 어린이청소년 관련 연구활동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3개의 독서토론실은 아동·청소년들의 독서 관련 모임 공간으로 이용된다.
● 갈 길은 아직 멀다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국립어린이도서관이지만, 치밀한 준비를 거쳐 제대로 준비한 흔적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2004년말 계획이 세워진 뒤 적절한 의견 수렴절차(공청회 1번, 정책세미나 2번)와 깊은 고민 없이 서둘러 문을 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만큼 어린이 청소년 문학 현실을 전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엄선된 전문가 집단(문헌학자나 도서관 관계자, 학계, 문인 등)을 초기 단계부터 참여시켜 전체적 전망을 폭넓게 확보하는 노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위치나 건물도 적절치 못하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환경이 좋은 만큼 강북이나 수도권에 지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애초 학위논문관으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하다 보니 전체 외관과 내부 시설도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면이 많이 보인다. 한 어린이도서관 사서는 “네모 반듯한 건물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내부 서가나 열람실도 일반 도서관과 다를 바가 없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도서 분류나 배열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아이들이 손쉽게 필요한 자료를 찾는 설계도 찾아보기 어렵다. 부천 동화나라 어린이도서관 이진우(39) 사서는 “최소한 그동안 민간 영역에서 축적해왔던 어린이 서비스 노하우를 벤치마킹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추진돼왔던 아동문학관 설립운동을 껴안지 못한 점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아동문학 연구자들은 그동안 꾸준히 아동문학 자료를 수집 보존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몇년전부터는 국제아동문학관을 건립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됐다.
동화작가 선안나씨는 “일본 국제어린이도서관, 독일 국제어린이청소년도서관처럼 규모가 크면서도 제대로 된 어린이도서관은 아니지만 일단 국가가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민족의 정신문화 가운데 가장 소중한 영역 가운데 하나인 아동문학을 보호 육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국내 어린이도서관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각종 연구를 지원하는 ‘씽크탱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내 도서 1만2천여권, 외국 자료 5천여권, 멀티미디어 소장자료 4만5천여점 등을 갖춘 국내 최대 어린이청소년 도서관이 오는 28일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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