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전문가들이 권하는 학년별 읽을만한 책
책이랑 친구가 된 아이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책 속 친구들이 어리석어서, 지저분해서, 삐진 친구가 생각나서 웃고 또 웃는다. 뿐만 아니다. 전래놀이를 통해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안에 있던 용기를 만나기도 한다. 소리 내어 읽고 또 읽는 게 좋은 미취학 아동 책으로는 <비가 오는 날에>(이혜리/보림)가 많은 추천을 받았다. 장대비, 이슬비 등 다양한 비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해 여름에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버나 알디마/보림)는 아프리카의 옛이야기 중 하나를 화려한 색상의 그림으로 구성한 그림책. 존 버닝햄의 책을 좋아한다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시공주니어)를 읽어 보자.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와 동네 꼬마들, 개, 고양이, 토끼, 돼지, 양 등이 벌이는 한바탕의 익살극이 볼만하다. 수족관을 보러 지하철을 탄 아이의 상상 속에서 지하철은 어느덧 바다가 되는 <지하철 바다>(황은아/마루벌), 야단맞는 아이, 엄마의 고함이라는 매우 일상적인 소재에서 아이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단순명쾌하고 통찰력 있게 다룬 <고함쟁이 엄마>(유타 바우어/비룡소) 등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자연의 포근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기 시작하는 초등 저학년이라면 동시나 동화 모음으로 시작해보자. <고양이가 내 뱃속에서>(권오삼/사계절)는 ‘빗방울’, ‘귀신 이야기’ 등 저학년 어린이의 생활과 감각, 정서를 살린 34편의 동시를 담고 있다. 세 마리의 쥐를 주인공으로 한 열 두 편의 짧은 동화 모음인 <진정한 용기가 필요해>(사라보세/중앙문고)는 학령기 초반의 어린이가 일상에서 흔히 겪을 만한 소재의 이야기를 의인화 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친형제 자매가 있는 아이는 물론이고 나이<장난감 형>(윌리엄 스타이그/시공주니어)은 연금술사인 아버지가 외출한 뒤, 실험을 하던 형이 조그맣게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장산곳매를 소재로 해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그림책 <돌이와 장수매>(류재수/나미북스), 어린 시절에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 삐삐를 만날 수 있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아스트리드 린드그렌/시공주니어) 등의 작품도 수작이다.
자유와 생명 등으로 관심의 영역이 확대되기 시작하는 초등 고학년생들은 가족과 역사, 환타지 등으로 독서의 범위를 넓혀 보자. <걱정쟁이 열세 살>(최나미/사계절)은 달라진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가감없이 전달해 지금, 여기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잘 보여준다.
우리교육에서 낸 <푸른 돌고래섬>(스콧 오델)은 대자연 앞에 혈혈단신으로 던져진 한 소녀의 치열한 삶이 꼼꼼하게 그려져 있다. <헨쇼 선생님께>(비벌리 클리어리/보림)은 편지를 쓰면서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인한 상실감, 낯선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얻는다는 내용.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북경이야기>(린 하이윈/베틀북)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1920년대의 북경이야기. 주인공 잉쯔는 여러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정서적으로 풍요로우면서도 지적으로 알찬 청소년 책으로는 황순원이 쓴 <소나기>(다림)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황순원 특유의 예민하고 정제된 문장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한다.
부모를 읽은 다섯 살짜리 소년 ‘작은 나무’가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디언을 모습을 배운다는 내용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아름드리미디어)은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미하일 엔데의 <모모>와 함께 청소년 필독서로 꼽힌다.
만화를 좋아한다면 <페르세폴리스>(마르잔 사트라피/새만화책)를 자신의 여름방학 목록에 끼워넣자. 편견없이 이란과 이슬람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재미와 감동도 크다.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윤리학>(페르난도 사바테르/웅진)은 윤리학의 참 의미를 쉽고 간명하게 들려준다.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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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배수원 주니어김영사 편집부장, 최정선 보림 편집주간, 선안나 동화작가,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 최선숙 열린어린이 편집부장, 김서정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임영환 서울 우신고 교사, 범경화 대전복수초등학교 사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