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임상심리사 김혜연씨
김혜연 (26)씨는 사람들의 마음 속 어두운 곳을 살피는 일을 한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 분노로 가득차 누군가를 해치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는 사람, 몸은 이 곳에 있는데 마음은 저 곳에서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 힘들고, 때론 두렵기도 할텐데,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의 행동을 살피면서,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진로로 이어진 것”이란다.
사람들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일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요즘이다. 소비자들의 심리, 유권자들의 심리, 아이들의 심리…. 그런 심리에 관심을 가진 김 씨의 심리학과 동기들은 광고, 마케팅, 교육, 인사관리, 리서치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굳이 사람들의 어두운 면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다. 그러나 김 씨는 대학 재학 시절 ‘이상 심리’에 관심을 가졌고, 정신분열이나 인격장애 등을 분석하고 연구하는데 흥미를 느꼈다. 졸업 뒤엔 1년 간의 과정을 밟아 정신보건임사심리사 자격증을 땄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상태를 진단하는 일을 하다 얼마전 ‘한마음 공동체’라는 사회복지시설로 옮겼다. 지금은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공간에서, 그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원할 때면 언제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투약을 돕고, 그들의 삶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임상심리사들 중에는 학습 장애 클리닉이나 부부상담 전문 클리닉 등을 개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김 씨가 좀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지켜보며 사는 건 “다양한 경험을 쌓아, 좋은 임상심리사가 되고 싶어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임상심리사란,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등불 같은 존재다. “정신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장기간 앓는 환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삶에서 언제나 닥칠 수 있는, 힘든 시기를 거치는 중이니까 제가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환자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오히려 자신이 도움을 받고, 마음도 풍요로워져요.” 김 씨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야 하는 직업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열등감이 많지 않고 구김이 없는 사람이어야 이 분야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