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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기똥차게 재밌는 얘기, 들어보실래요

등록 2007-01-21 21:25수정 2007-01-21 21:30

<고얀 놈 혼내주기>김기정 글, 심은숙 그림. 시공주니어/7천원.
<고얀 놈 혼내주기>김기정 글, 심은숙 그림. 시공주니어/7천원.
책꽂이 / 고얀 놈 혼내주기

동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다. 읽는 맛도 괜찮다면 좋지만, 듣는 맛이 감칠날 때 훨씬 재미있다. 더구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얘기라면 더욱 더.

<고얀 놈 혼내주기>는 읽기용이라기보다는 들려주기용이다. 말하는 이가 누구이고, 듣는 이가 누구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누가 읽어주더라도 참 재미난다. ‘~잖아요’ ‘니까요’ ‘거예요’ ‘거든요’로 끝나는 문체는 물론이요, 일기나 메모 쓰듯이 이런 저런 ‘거리’들을 군데군데 집어넣어 귀를 즐겁게 한다. 예컨대 갓난 애기 때부터 온갖 말썽을 일으킨 주인공 ‘주먹똥’이 끼쳤던 피해 목록을 보자.

‘깨뜨린 그릇-533개, 깨진 유리창-41장, 망가뜨린 장난감-437개, 고장 난 전자제품-33대, 걸레가 된 책-175권, 못쓰게 된 화장품-33개, 망가진 옷-142벌, 이웃들이 입은 피해-상상할 수 없음…’

마치 <흥부와 놀부>에서 놀부가 식량을 얻으러 온 흥부에게 어쩌고 어쩌고 주절주절대며 구박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대목을 읽을 때 실제로 흥얼흥얼 해보라. 노래가 절로 나온다.

들을 때 더 감칠맛이 나는 이유는 지은이가 이 동화의 아이디어를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꾸몄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화는 어느 지방신문에 초등학교 교사가 투고한 ‘교단일기’ 원고가 바탕이 됐다. 지은이는 이를 자신이 어느 초등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한 아이를 만나고, 이 아이가 털어놓은 ‘기똥차게’ 재미있는 이야기에 홀딱 반해 버린다는 설정으로 슬쩍 바꿔놓았다. 그리고 3년을 낑낑거린 덕에 ‘기똥차게 재미있는 동화’로 탈바꿈했다고 에필로그에 털어놨다.

기똥차게 재밌는 얘기, 들어보실래요
기똥차게 재밌는 얘기, 들어보실래요
주요 소재를 ‘똥’으로 삼은 것 또한 읽어주기 동화 성격에 딱 들어맞는다. 별 대수롭지 않은 얘기도 똥이 들어가면 재미있는데, 하물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부모님까지도 쉽게 둘려먹는, 마주치는 동물이란 동물은 괴롭히지 않고는 못 배기는 ‘주먹똥’이 자기 반 바로 앞 계단에 똥을 싸고, 온 반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힘을 합쳐 그 똥을 치운다는 얘기는, 상상만 해도 배꼽웃음이 터지게 한다.

연방 해죽해죽 웃기만 해도 이 동화는 제 구실을 200% 달성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웃음 사이에 담긴 조용한 가르침도 결코 작지 않다. 아이들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어른들의 잔소리가 싫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와 학원, 학습지로 숨이 턱턱 막히는 지경인데 웬만큼 말해서 아이들이 듣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버릇없고 못되먹지는 않았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기회를 만들어 주면 어른들보다 훨씬 잘 한다. 처음에는 냄새 나고 더럽고 보기 흉한 똥이었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합심해서 멋지게 처리하지 않았는가. 아이들은 이렇다. 공부도, 놀이도, 운동도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할 여유를 줄 수 있는 부모들을 아이들은 바라고 있지 않을까. 김기정 글, 심은숙 그림. 초등 저학년 이상. 시공주니어/7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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