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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등록 2007-02-25 15:00수정 2007-02-25 15:05

소녀의 눈동자 1939
소녀의 눈동자 1939
책꽂이 / 소녀의 눈동자 1939

지금 나치를 읽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지나간 과거일 뿐인데. 이미 독일도 무수하게 반성과 사죄를 했는데. 또 그로 인해 분단의 단죄도 받았는데.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건데, 아픈 과거는 계속해서 반복됐다. 역사학자들의 얘기다. 전쟁과 살육, 파괴, 학대가 끊임없이 자행됐다.

역사를 잊는 순간, 과거는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은 중요하다. 인류의 생존에, 그리고 인류의 평화에.

신나치주의는 과거를 잊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힐러리는 신나치주의 단체 회원이다. 나치 시절 제복을 갖춰 입고, 아리아인(독일인)의 세계를 만들자는 구호를 외친다. 그리고 비아리아인, 특히 유대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서약을 한다. 때문에 뒷집에 사는 유대인 아이 시몬을 납치하도록 부추기고 나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웅심을 느낀다.

힐러리는 선임 단원인 브래드와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다. 사고는 반전을 가져온다. 무의식 상태에 빠진 힐러리가 유대인 소녀 샤나로 변해 나치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다. 사냐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나다. 강제 노역에 나갔던 아버지를 총살로 잃고, 게토로 강제 이주당하고, 어머니와 동생도 죽음이 기다리는 곳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자신은 할머니와 함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살육의 현장인 아우슈비츠로 가게 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된 수용자들의 신발 <한겨레>자료사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된 수용자들의 신발 <한겨레>자료사진
아우슈비츠에서 샤나가 겪는 고통은 차마 말로 담기 힘들다. 채찍과 노역과 배고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당한 채 죽는 날만을 기다려야 한다. 너무 배가 고파서 자신의 팔을 뜯어먹고 싶다는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때문에 이 부분을 읽을 땐 주체할 수 없이 답답해지는 가슴을 억지로 억눌러야만 한다. 쉴 새 없이 굴뚝에서 올라오는 사람의 살과 머리카락과 뼈가 타는 냄새가 내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 드는 것 같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니 말이다.

사흘 동안의 무의식 상태에서 샤나로 변해 나치의 압제를 체험한 힐러리는 다시 살아난다. 심장 박동이 멎을 것 같은 순간에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물론 역사를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이 그의 죽어가는 육신에 다시 생명의 혼을 불어 넣었으리라. 역사에 대한 무지로 인해, 또 다른 인류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던 그가 역사를 다시 기억해냄으로써 부활할 수 있는 열쇠를 얻은 것이다.

신나치즘의 첨병 힐러리가 나치의 파괴를 온 몸과 영혼으로 떠안은 샤나가 되는 일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픔과 고통의 지난 일들을 잊지 않고 뇌수에 남겨두고 이를 후손들에게 계속해서 기억하게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일제 식민지 시절을 결코 잊지 못하듯이.


“기억하라,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한다는 것을…….” <소녀의 눈동자 1939>의 외침이 가슴 속을 한 없이 맴돈다. 한 놀란 글, 하정희 옮김. 내인생의책/1만2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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