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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인형들이 묻는다, 가족의 의미를

등록 2007-03-25 16:43

모든 집에는 비밀이 있어
모든 집에는 비밀이 있어
내가 읽은 한 권의 책 /
모든 집에는 비밀이 있어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통과의례처럼 치러내는 일들이 많다. 그 중 하나는 인형에 대한 환상과 공포다. 공주나 예쁜 드레스를 입은 여자 인형을 매만지며 말을 건다. “인형아, 너도 왕자님이랑 결혼하고 싶어?” “너는 내가 잠자는 밤에는 무얼 하니?” 또, 병정 인형이나 늠름한 대장 인형들을 보면 악의 무리와 용감하게 싸우는 장면을 저절로 떠올린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잠자리에 누워 희미한 어둠 속에서 인형들을 바라본다. “내가 잠자는 동안 저 군인 인형들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나쁜 군대와 한 판 전쟁을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와 영화는 끊임없이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어린이들의 엉뚱발랄한 상상력과 호기심은 물론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마저 다 알고 있다는 듯 신기한 이야기 나라를 펼쳐준다.

8살 도자기인형 애너벨
플라스틱인형과 단짝되어
사라진 이모 찾는 모험에


앤 엠 마틴과 로라 고드윈이라는 두 작가가 함께 쓴 동화 <모든 집에는 비밀이 있어>(배블링 북스 옮김/개암나무출판사)도 그러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책의 주인공도 애너벨이라는 인형과 애너벨의 가족이다. 애너벨은 처음 만들어진 100년 전에도 8살이었고, 지금도 8살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8살일 소녀이다. 인형, 애너벨의 가족은 한 회사에서 만든 고급 도자기 인형이라 잘못하면 깨질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애너벨 인형세트의 주인은 케이트라는 여자아이다. 케이트의 증조할머니로부터 대물림으로 내려온 애너벨 가족은 케이트가 아주 사랑하고 아끼어서 인형 가족은 누구도 다치지 않은 채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집에나 문제 거리가 있듯이 애너벨의 집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사라 이모의 행방불명 사건이다. 이 사건은 그동안 아무도 풀지 못 했고, 앞으로도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슬픈 수수께끼다. 그런데다가 사람에게 움직임을 들키면 숨쉬지 못 하는 ‘그냥 인형’으로 변해버리는 위험을 별로 걱정하지 않는 모험심 많은 애너벨 때문에 엄마, 아빠 인형은 걱정이 크다. 그러던 중, 애너벨 가족은 새로 이사온 플라스틱 공작놀이 인형 가족과 이웃이 되고, 깨질 위험이 없는 티파니와 애너벨은 최고의 단짝이 돼 사라 이모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두 친구는 사라진 이모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모를 찾고, 마침내 가족 중 단 한 사람도 잃어버리지 않은 채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가족이 다시 모이게 되기까지의 위험스러운 모험과 이모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과 사랑하는 마음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는 가족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하게 된다. 100년을 함께 살아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루에 수십 번 나누어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아끼고 이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것은 가족이라는 돌가루로 만든 숨쉬지 않는 인형에 불과하다.

오늘날 어지럽도록 변하는 생활 구조와 가치관 안에서 이제 가족은 더 이상 핏줄로만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내 집, 내 가족만 감싸고 돌며 이웃을 가벼이 여기면서도 숨 잘 쉬며 사는 사람들에게 인형들이 묻는다. “당신네 집에는 무슨 비밀이 있죠? 혹시 가족이기주의라는 이상한 비밀은 아닌지요?” 노경실/동화 작가ksksn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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