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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언어는 사고의 집?

등록 2007-07-15 15:38

박용성 교사의 인문사회 비타민 /

언어는 사고의 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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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물’이니 ‘언어적 동물’이니 하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고와 언어는 인간을 동물과 구별시켜 주는 본질적인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인간은 발달된 사고를 통하여 언어를 만들어 냈고, 인간은 언어가 있음으로 해서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국어 생활>(지학사) 10쪽

영어만 잘 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에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한술 더 떠 일본을 따라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영어는 배워서 나쁠 것 없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말이다.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영어를 들여오는 일은 우리 개구리들을 돌보지 않은 채 황소개구리를 들여온 우를 또다시 범하는 것이다. ―<국어(상)> (교육인적자원부) 17쪽

교과서에서 논제 찾기

일상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언어 없이 사고가 가능한지, 아니면 불가능한지 생각해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 우선 그런 의문을 지니지 않아도 아무런 불편 없이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또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언어가 인간의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예를 들면, 어린이들이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사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가며, 그 결과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문장도 더 길어지고 복잡해지면서 언어 능력이 성숙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어. 이런 사실은 언어 능력과 사고력의 상호 관계가 매우 긴밀하다는 점을 알려 줘.

그런데 우리가 객관 세계에 있는 사물을 인식할 때,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아. 우리는 언어라는 ‘중간 세계’를 통해 세상을 보지. 우리 인간은 언어라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는 거야. 그래서 언어는 인간이 바깥 세계를 보는 또 하나의 눈이라고 할 수 있지.

여기서 우리는 인류 언어학자인 워프가 “언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의 양식을 결정하고 주조한다.”라고 말한 뜻을 이해할 수 있어. 그것은 우리가 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서 비로소 인식한다는 뜻이야.

예를 들어, 그는 에스키모 언어에는 눈에 대한 여러 종류의 다른 이름이 있는데, 영어에는 ‘스노우(snow)’ 하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하여, 에스키모와 영국인이 눈에 대하여 생각하는 양식은 서로 다르다고 하였어.

다른 예도 얼마든지 있어. 광선이 프리즘을 통과했을 때 나타나는 무지개 색이 일곱 가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가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깔로 분류하기 때문이지. 즉, 서로 인접하고 있는 색, 예컨대 녹색과 청색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는 것이 아니야. 그 경계선은 아주 녹색도 아주 청색도 아니지. 그 부분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런 모호한 색깔도 분명하게 인식할 거야.

사실 프리즘을 통해 나타나는 색은 수십, 수백 가지로 분류될 수 있으며 반대로 두 가지 혹은 세 가지만으로 나누어질 수도 있어. 실제로 로데시아에서 쓰는 쇼나 말에서는 무지개 색을 오직 세 가지만으로 표현한대. 언어가 달라지면 사고도 달라져.

하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우리 사고를 그렇게 철저하게 지배하는 것은 아니야. 물론, 언어의 차이가 다른 모양의 사고 유형이나, 다른 모양의 행동 양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는 않아. 앞에서 말한 색깔 문제만 해도 어떤 색깔에 해당되는 말이 그 언어에 없다고 해서 전혀 그 색깔을 인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야. 진하다느니 연하다느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서 같은 종류의 색깔이라도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잖아.

언어를 통해 세계를 본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그렇게 수동적인 존재이지만은 않아. 언어가 사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언어가 인간의 사고 유형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야. 사고가 언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만만치 않거든.

아이들이 사물을 식별하고, 범주로 묶고 관련짓는 사고 능력을 갖추기 전에는 관련된 언어 표현과 어휘를 지니지 못해. 또 인간의 사고는 어떤 행위자와 그 행동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은 언어로 표현되는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 사이의 관계 양식을 결정하지. 이는 언어가 인간 행위의 결과로 발생되었다는 사실을 말해 줘.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이 언어를 활용하고, 활용한 언어를 다시 갈무리하는 활동―에네르게이아(energeia)―은 정신적 활동이야. 우리가 기억하는 언어는 유한의 세계인데, 활용하는 언어는 무한의 세계이지. 소리의 복잡 다단하고 무한한 변이,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다양성, 구성된 낱낱의 문장의 무한성 등등 언어를 활용하는 일은 무한의 세계야.

그러므로 기억된 말을 활용하는 일은 유한의 세계를 무한하게 부려쓰는 정신 활동이라 할 수 있어. 인간의 사고가 언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오지.

그렇다면 언어가 사고를 결정할까, 아니면 사고가 언어를 결정할까?

사실, 인간이 사회 생활을 함으로써 언어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어. 많은 학자가 두뇌의 발달과 언어의 생성은 인간의 노동 행위에 따라 동시에 이루어지며, 상호 의존적이라고 했거든.


박용성 교사의 인문사회 비타민
박용성 교사의 인문사회 비타민
언어 없는 사고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고 없이는 언어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거야. 이렇게 본다면 언어와 사고는 따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변증법적 통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언어와 사고가 서로 독립적이냐 종속적이냐 하는 관계 규정이 아니라, 사고와 언어의 밀접한 연관을 깨달아 얼마나 정확한 사고와 표현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어.

<교과서와 함께 구술 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 위 논제와 관련된 기출 문제(2006학년도 이화여대 정시 논술 문제)는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기출 문제에 대한 박용성 선생님의 동영상 강의는 전라남도교육정보원(www.jnei.or.kr)에 접속해 ‘인터넷교육방송→고교논술→실전논술’을 클릭하면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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