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세통론
글쓰기 필독서 [난이도-중등~고1]/
<개세통론> (권영부, 강방식 윤석철, 강현식 지음. 크리에디트)
서울 동북고는 200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사들이 학교 단위 통합논술팀을 꾸린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의적인 수업지도안과 수업진행 시나리오는 입소문을 타면서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개세통론>은 동북고의 ‘인문사회+수리과학 통합논술팀’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눈길을 끄는 책이다.
동북고의 사례가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릴레이식 팀티칭’을 통합논술 교육의 기본개념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는 개별 교과와 교과의 만남, 즉 ‘교과의 영역전이성’을 통해서만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책에는 팀티칭에서 얻은 영역전이성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예를 들어 ‘델타포스, 중동에서 스키 타기’라는 제목이 달려 있는 3장을 보자. 중학교 3학년 수학에서 나오는 ‘기울기’ 개념이 등장한다. 이 개념이 ‘생활 속 기울기’로 옮아간다. 교통표지판이 등장한다. ‘변화율’이라는 개념이 곧이어 등장하고, 그 뒤로는 ‘기울기의 경제적 진화, 수요의 가격탄력성’으로 이어지면서 비탄력적인 상품의 대표격인 석유와 중동지역에 대한 글이 잇따르는 식이다. 논제 해결을 위해 동원해야 할 상상력이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책의 또다른 미덕은 보통의 논술 관련 책과는 달리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통섭’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구성됐기 때문에 인문과 자연 어느 한 영역을 바라보고 서술되지 않았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인문 계열 학생이라면 논제 해결을 수리적인 분석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자연 계열 학생이라면 인문학적인 소양을 보여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험이 통합논술이라는 것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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