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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보 독점 미디어의 ‘여론조작’

등록 2007-09-09 14:02수정 2007-09-09 14:20

촘스키 캐리커처
촘스키 캐리커처

우리말 논술 / 16. 지식인의 역할은?

문화콘텐츠로 접근하기 [난이도 = 고등]

다큐멘터리 합의 조작:노암 촘스키와 미디어(1992, 캐나다)

‘합의 조작:노암 촘스키와 미디어’는 MIT 교수로 재직중인 노암 촘스키의 강연, 인터뷰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이다.

언론의 본질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 영화는 정밀한 자료 조사와 명철한 분석으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1994년 ‘봄베이 국제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및 애니메이션 영화제’ 논픽션 부문에서 실버 콘치상, 1992년 ‘시카고 국제 영화제 다큐멘터리(사회/정치 부문)’에서 골드 휴고상을 받았고, 1992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 같은 해 밴쿠버 국제영화제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촘스키는 ‘변형생성문법’을 창시한 언어학자로 언어학 분야의 태두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인권 유린, 권력 독재 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현대사회 행동하는 지식인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그는 꾸준히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오고 있는데, ‘대중매체와 여론조작’에서는 권력의 하위 구조로 기능하는 미디어의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주의는 대중이 권력의 중심이 되고, 정치가들은 대중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책임을 진다는 대의정치의 이념에 기반한다. 그래서 대중의 견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은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이 ‘대중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것은 이러한 중요성을 단편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언론은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대중을 지배, 통제하는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까지 한다.

촘스키는 미국의 언론이 구조적으로 사회의 강력한 이익집단을 옹호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권력 집단은 눈에 보이는 언론 통제나 국민의 반발을 살 만한 가시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언론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해 자신들의 노선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언론을 유도하며, 언론사가 유지될 수 있는 자금의 원천인 광고주와 결탁해 자연스럽게 언론을 통제한다.

공적 정보의 원천이 되는 정부부처와 정보기관은 그 자체가 권력기관으로서 자신들의 이익에 해가 되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익이 되거나 부정적인 측면을 가릴 수 있는 자료는 적극적으로 제공해 논의의 중심으로 부각시킨다. 거대 기업들이 언론사를 통폐합해 독점하고 이들은 정부와 결탁해 자신들의 이권을 수호한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은 봉급이 줄어들었어도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더 약화된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등 부적절한 환경 변화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왜곡된 사실이 유포되는 경우에도 정보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능력이 없는 개인들은 상황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된다.

미국의 이익이 반영된 미국 중심의 편향된 시각은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전세계 언론 및 세계인들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외전쟁에서 미군의 잔학행위와 현지국의 무고한 희생은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미국 병사의 죽음은 애국심과 숭고한 희생으로 강조된다. ‘미국이 세계 평화를 주도한다’는 슬로건은 전 세계 언론으로 확산된다.

이런 사실과 사실에 대한 엄밀한 분석은 미국의 정치 및 언론 전반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거론되고 있는 사안들은 오랜 시간동안 의도적으로 은폐되어왔던 것으로, 진실에 접근하는 자체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진실을 토로하는 데에도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내용이다.

1898년 1월13일 에밀 졸라는 ‘로로르’지를 통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펠릭스 포르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게재했다. 억울하게 형을 선고받은 드레퓌스 대위를 변호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으로 실린 이 글은 사회의 불의에 저항하는 지식인의 행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대중매체와 여론조작’은 국가 권력과 그 권력을 유지하는 언론에 직접적인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19세기 말 에밀 졸라의 선언에 비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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