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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리적 문장’ 군살을 확 빼자

등록 2007-09-16 15:55수정 2007-09-16 16:01

‘논리적 문장’ 군살을 확 빼자
‘논리적 문장’ 군살을 확 빼자
안광복 교사의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

스포츠나 연예 기사는 술술 읽힌다. 그런데 신문 사설은 스포츠 기사처럼 즐기기가 쉽지 않다. 스포츠나 연애 기사는 대개 ‘사실’만을 전한다. 누가 안타를 몇 개 쳤고, 연예인 아무개가 결혼했다는 사실은 흥미를 끈다. 그리고 읽고 재미있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설 같은 칼럼들은 다르다. 한-미 FTA, 평화협정, 가짜 학위 문제 등, 사설은 문제들을 지적하며 생각거리를 던진다. 독자는 필자의 주장을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일지 가늠하는 재판관 위치에 놓인다. 그러니 눈썹에 힘을 주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밖에 없겠다. 이해하며 글을 따라가야 하니 읽기에도 속도가 안 붙는다. 그래서 논리적인 글에는 흥미를 붙이기 어렵다.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논리와 주장을 담은 글을 손쉽게 읽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배가 뜨기 힘들만큼 짐이 무거우면, 다른 것을 버려서 무게를 줄여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내용이 어렵다면 형식이라도 가볍고 쉽게 바꾸자. 글 형식의 가장 기본은 ‘문장’이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문장을 쓰느냐에 따라 읽는 어려움의 정도는 확 바뀐다. 논리적인 글에는 당연히 가볍고 쉬운 문장이 좋다. 논리적인 글에 어울리는 문장은 어떻게 쓸까?

첫째, 문장은 짧게 쓰자. 짧고 적을수록 이해하기 쉽다. 복문은 단문으로, 단문은 더 간단한 표현으로 바꾸어 보자. “IMF 사태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극대화시켰고, 부동산 가격 폭동과 출산율 감소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두 개 이상으로 이어진 문장은 하나씩 쪼개어 단문으로 만든다. “IMF 사태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극대화시켰다. 또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출산율 감소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말이다.

나아가, 한자어는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어 주자. 한자어는 우리말로 옮겨졌을 때 간단하게 그 뜻이 다가온다. 앞의 문장을 계속 고쳐보자. “IMF 사태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차이를 더욱 벌려 놓았다. 또한, 부동산 값을 크게 올렸고 태어나는 아기들의 수도 줄어들었다. 그만큼 사회 전체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어떤가? 똑같은 뜻이라고 훨씬 쉽게 다가오지 않는가?

둘째, 표현 가운데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없애버리자. 작가 스티븐 킹은 ‘수정본=원본-10%’라는 공식까지 내세운다. 글을 쓰다보면 쓸 데 없는 꾸밈말들이 잡초처럼 돋아난다. 없어도 말이 되는 표현들은 주저 없이 잘라버리자. “확실히 그의 철학은 인간 이성에 낙관적인 기대를 갖고 있던 근대 사상계가 보지 못한 커다란 맹점을 지적해 주었다.”라는 문장 속에는 숱하게 겹치는 말들과 필요 없는 꾸밈말들이 담겨 있다. 잡초를 말끔하게 뽑아보자. “그의 철학은 인간 이성을 믿었던 근대 사상이 보지 못한 부분을 일깨웠다.” 긴 수식어가 없을수록 전달하는 바는 더 분명해 진다.

셋째, 문장의 꼬리만 잘라도 문장의 속도는 한결 빨라진다. 문장 끝에 붙는 “할”, “수”, “있는”, “것” 등은 필요 없는 낱말이다. 소설가 안정효는 이런 꼬리들을 가차 없이 날려버리라고 충고한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다 보면, 문장 꼬리는 자꾸만 길어진다. “그래서는 안 된다.”로 충분할 것을, “그래서는 아니 되는 것이었다.” 식으로 길어져 버린다. 미묘한 차이를 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표현이 길어지면 되레 자신이 뜻한 바는 더 흐려짐을 명심하자. 깃털이 되는 자잘한 표현이 관심을 잡는 탓에, 정작 몸통에는 덜 신경을 쓰게 되는 탓이다.


논리적인 글에서 문장은 짧고 속도감 있을수록 좋다. 그러나 글쓰기 초보자들에게는 짧은 문장이 버거울 때도 있다. 분량이 정해진 글쓰기에서는 특히 그렇다. 가뜩이나 양을 채우기 힘든데, 문장까지 짧아지면 어쩌겠는가. 마감 분량이 마라톤 결승점만큼이나 멀게 느껴질 터다.

분량 메우기가 어렵다면 방법은 있다. 문장을 늘리려 하지 말고 내용을 더 채워라. 글의 분량만 늘리는 작업은 술에 물 타는 일이 되기 쉽다. 양이 늘어날수록 논점이 흐려지고 내용이 성기게 된다는 뜻이다. 내용을 늘려야 한다면, 뜻한 바를 더 분명하게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주장하는 바에 대한 예를 들어주거나, 마무리하며 앞의 주장을 정리하는 단락을 넣는 것이 좋겠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예를 들어보자.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다.” 등으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거나, “이제 논의를 정리해 보자. 앞에서 나는…” 식으로 글 전체를 간추려 보자.

감성을 일깨우는 멋진 표현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즐길 거리다. 그러나 논리적인 글에서 문장의 생명은 분명함과 빠른 이해에 있다. 다이어트하듯 문장에서 군살을 없애자. 가벼워 진 문장은 내가 뜻한 바를 독자에게 더 뚜렷하게 전해준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뇌를 깨우는 논리체조>

다음 글을 ‘논리적인 문장’으로 짧고 쉽게 다시 쓰시오.

“감각적 쾌락만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깨달은 사람은 비로소 두 번째 단계인 ‘윤리적 단계’에 따른 삶을 살게 된다. 쾌락만을 좇아 무비판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가치와 윤리를 따르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체조방법>

본 글에서 소개한 문장을 줄이는 기법을 통해 ‘문장 다이어트’를 해봅시다. 윗 글을 아래와 같이 고칠 수 있겠습니다.

“감각의 즐거움만으로는 행복해지지 못함을 깨달은 사람은 두 번째 단계인 ‘윤리적 단계’의 삶을 산다. 즐거움만을 좇아 생각 없이 살지 않고, 인간 누구에게나 통하는 가치와 윤리에 따르는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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