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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딱딱함 벗고 쉽게 풀어쓴 고전

등록 2008-01-27 16:18수정 2008-06-06 16:22

이지(EASY) 고전 시리즈 1권~32권
이지(EASY) 고전 시리즈 1권~32권
글쓰기 필독서 / [난이도 수준-고2~고3]

이지(EASY) 고전 시리즈 1권~32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삼성출판사)

‘콘텐츠의 샘솟는 원천’으로서 고전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고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과 고전을 실제로 읽는 것은 별개라는 데 있다. 고전이 어렵다는 선입견은 뿌리가 깊다. 그래서 시작조차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들에게 “그래도 꾹 참고 읽어야 한다”고 되풀이하는 것은 100일 동안 마늘을 까먹고 인간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전 원문에 도전하려면 징검다리 구실을 할 책이 필요하다. 삼성출판사가 펴낸 이지(EASY)고전 시리즈 32권은 고전을 쉽게 풀어놓은 시리즈물로 이런 징검다리 구실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시리즈는 ‘고전의 대중화, 철학의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생들도 고전을 읽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자는 기획 의도로 만들어졌다. 공자(논어), 노자(도덕경), 맹자(맹자), 플라톤(국가), 아퀴나스(신학대전), 마키아벨리(군주론), 모어(유토피아), 이황(성학십도), 황종희(명이대방록), 박지원(열하일기), 정약용(목민심서), 최제우(동경대전), 로크(정부론), 스미스(국부론), 헤겔(정신현상학), 쇼펜하우어(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밀(자유론), 니체(도덕계보학), 다윈(종의 기원),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원효(대승기신론소), 강유위(대동서), 마르크스(자본론)….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상가와 철학자, 이론가와 실천가들이 망라돼 있지만, 중·고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런 류의 고전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이 고전의 초심자로서 읽기에도 적당하다.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분야에서 뽑은 대표적 고전들과 그 책을 쓴 인물에 대해 대중적으로 접근한 점은 무엇보다 이 시리즈물의 장점이다. 소설을 읽는 것처럼 책장이 잘 넘어간다. 생애와 시대를 배경으로 책의 주요내용을 소개하는 이야기가 책의 앞머리에 위치하고, 이어서 사상의 중요대목과 이미 익숙하지만, 그 뜻을 몰랐던 원문을 소개한다. 원저의 구성이 해체돼 주요 흐름만 간추려지지만 핵심적인 개념과 논점은 놓치지 않는다.

권별 구성을 보면 이 책이 왜 쉽게 쓴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는지를 알 수 있다. 먼저 1부는 ‘책 밖에서 살펴보기’다. 사상가의 생애와 시대배경을 재미난 역사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구성돼 있다. 2부는 ‘책속으로 들어가기’로 본격적으로 고전의 원문을 맛보기 하면서 책의 내용을 안내받는 방식이다. 어려운 원문은 쉬운 현대어로 소개하고 있다. 읽는이의 부담을 없애려 한 것이다.

스물세번째 책인 <배워라, 백성을 위해! 박제가의 북학의>편을 예로 들어보자. 1부의 첫머리는 새 문물을 배우러 외국으로 나가는 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든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요즘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으로 떠나지만, 조선의 선비들은 한결같이 중국을 통해 새 문물을 배운 역사가 소개된다. 고려 때는 송나라와 원나라, 조선 초기에는 명나라, 조선 후기에는 청나라가 됐는데 특히 청나라 때는 중국 문물만이 아니라 서양의 문물까지 얻어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밝혀놓는다. 청나라에 대한 ‘북학론’과 ‘북벌론’이 소개되고 이어 박제가가 속했던 ‘북학파’의 얘기가 뒤를 잇는다. 그 뒤로는 박제가 개인의 일생이 자세히 나온다. 박제가는 우부승지 박평의 서자(서얼)로 태어나 당시로서는 반쪽짜리 양반이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 뒤 정조를 만나고 청나라에 네번씩이나 다녀오면서 북학파들이 조선을 어떻게 근대적 국가로 만들려고 했는지를 들려준다.


2부는 <북학의>라는 고전으로 직접 들어가 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도 원문만을 싣지 않고 원문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지식을 함께 제시한다. 박제가는 당시 지식인들이 청나라를 대하는 태도를 <북학의>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형편없는 선비는 오곡(五穀)을 보면 중국에도 이런 것이 있는지를 묻고, 중간쯤 가는 선비는 글 솜씨가 우리보다 못하다고 하며, 내로라하는 선비는 중국에는 성리학이 없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중국에는 제대로 된 일이 한 가지도 없으며 내가 배울 만하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인가.”

권별 구성은 통일성을 유지했지만, 각 권의 서술방식은 다양하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 쓰는 말투처럼 정리된 책이 있는가 하면, <맹자>나 <군주론>은 희곡처럼 쓰여졌다. <종의 기원>이나 <격몽요결>은 방송 대본처럼 서술됐다. 이 시리즈물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다.

시리즈를 기획한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철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전문 철학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1989년에 설립됐다. 주로 석사·박사, 대학원생 및 대학강사, 연구원, 교수를 합쳐 300명의 회원이 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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