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허그’를 진행하는 청심국제중 봉사동아리 ‘성화’의 회원. ‘성화’ 제공
학생기자들이 쓴 청소년 봉사활동
시간만 때우는 봉사서 진화…진로·취미개척 ‘자발적 참여’
획일적 관공서 활동도 탈피…환경·이주민 등 사회문제 접근
보람 느끼고 성취감은 ‘덤’…대학입시 도움까지 ‘일석삼조’ 청심국제중의 봉사동아리 ‘성화’는 하는 일마다 인기다. 지난해 축제 때는 동아리 회원들이 전교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프리허그’(Free Hug)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졸업식에서는 성화 회원들이 만들어 판 엽서가 단연 화제였다. “학생들의 일상이나 학교의 모습 등을 사진으로 직접 찍고 디자인을 해서 엽서를 만들었어요. 선생님과 선배들이 ‘우리 학교를 대표할 수 있는 엽서가 나왔다’고 해주셔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성화’의 회장 박홍실(청심국제고1)양의 말이다. 청소년 봉사활동이 달라지고 있다. 청소년이 진짜 주체가 됐다. 관공서를 기웃거리며 시간만 채우는 봉사활동은 이제 구식이다. 많은 청소년들은 봉사활동도 ‘자기주도적’으로 한다. 청소년 ‘자원’ 봉사활동의 뜻 그대로다. 뭣보다 최근에는 봉사활동을 통해 자기 진로를 개척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황아무개(고2)양은 서울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다니엘 복지원’에서 친구들한테 미술과 하모니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학 전공으로 진로를 정했다. 그는 “엄마와 오빠가 지속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 봉사를 시작했다”며 “봉사를 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고, 앞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이 분야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말했다. 신아무개(고3)양은 봉사활동을 통해 특수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경기도 군포의 한 복지관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부방 교사로, 또 아동발달장애센터에서 장애아동의 학습과 놀이를 보조하는 도우미로 두 가지 봉사활동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의 성격도 점점 다양해진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봉사활동으로 연결시키는 청소년들이 대표적이다. 강남청소년수련관의 환경동아리 ‘에코러브’는 친환경 비누 제작, 친환경 먹거리와 친구하기 등의 활동을 한다. 경제교육 동아리 ‘싱크 머니(Think Money)!’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방과후에 모이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금융·경제 교육 수업을 열거나 바자회에서 물건을 직접 팔고 그 수익금을 기부한다. 한글사랑 동아리 ‘한살’은 한국 이민자 여성한테 한글을 가르치고 해외동포한테 우리나라 책을 보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살’의 부회장 선문기(고2)군은 “한글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태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서 활동을 하게 됐다”며 “우리 활동으로 사람들이 한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을 볼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재현고 학생들은 지난해 1월 기름 유출 사건으로 오염된 서해안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학교 교사들의 지도 없이 뜻이 맞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떠났다. “깨끗했던 서해안이 기름 범벅이 된 사진을 보고 우리라도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으로 친구들을 모았다”고 당시 봉사활동을 주도한 황지수(고3)군은 말했다. 특기나 취미를 살린 봉사활동도 새로운 트렌드다. 이종선(부산국제고2)양은 중국에서 4년 동안 갈고닦은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매주 일요일 자원봉사를 한다. 주말마다 이주노동자와 새터민을 무료로 진료하는 부산 서면 메디컬센터(YMCA 그린닥터스 소속)에서 그는 중국어·한국어로 통역을 해 의사와 환자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그는 “필리핀 아저씨께서 자기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해맑게 웃으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이런 기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외고나 국제고 등을 중심으로 국경을 넘는 봉사활동이 늘고 있는 것도 청소년 봉사활동의 진보다. 청심국제고 봉사동아리 ‘사랑초’는 스리랑카 어린이를 위한 ‘사랑의 신발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발이 없으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규정 탓에 교육받을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그들의 딱한 사정을 안 뒤의 일이다. 동아리 회장을 맡은 박혜진(고3)양은 “국제고 학생들은 아무래도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며 “다양한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세계 곳곳의 어려운 문제들을 파악하고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강남청소년수련관 양진화씨는 우선 청소년의 인식이 바뀐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환경문제, 다문화가정, 제3세계 문제 등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그와 관련된 활동을 원하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부모 세대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누리는 혜택을 남한테 베풀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라가 나서서 청소년의 봉사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큰 힘이 됐다. 2007년까지 100% 민간단체 보조였던 봉사활동 관련 지원금이 지난해부터 지자체 보조로 변경(국고보조율 50%)됐다. 16개 시·도에 청소년 봉사활동과 관련된 모든 일을 도맡는 ‘청소년 활동 진흥센터’가 생긴 것도 희소식이다. 류재윤 보건복지부 청소년활동 담당자는 “지난 2006년 청소년활동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기왕의 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청소년활동진흥센터로 확대·개편 됐다”며 “센터는 봉사활동과 함께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에서 이뤄지는 여러 프로그램을 청소년과 연계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원하는 봉사활동을 찾고 신청하고 피드백까지 한곳에서 받을 수 있는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 정보 서비스’(www.dovol.net)도 든든하다. 청소년 봉사활동의 새로운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대학이다. 색깔 있는 봉사활동 경험을 적극적으로 입시에 반영하는 대학들이 느는 것이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과 특기자전형 등의 자기소개서에서 ‘대표적인 교내·외 활동 다섯가지를 서술하라’며 ‘봉사활동을 포함하여 지원자의 임원활동, 동아리 활동, 연구활동 등을 기재하라’는 예시를 준다. 요즘 수험생들의 눈과 귀가 쏠린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봉사활동이 중요한 변수가 될 거라는 예측이 많다. 전경원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봉사활동을 통해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소외계층에 따뜻한 관심을 지니고 있는 학생은 대학이 바라는 인재상”이라며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에서 봉사활동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부산국제고2) 김서연(청심국제중3) 백선주(명일여고2) 장세영(군포고3) 한주형(재현고3) 이번 커버스토리는 한겨레신문이 만드는 논술매체 <아하!한겨레>(www.ahahan.com)가 뽑은 24명의 ‘제1기 아하!한겨레 학생기자단’이 기획하고 취재한 기사로 꾸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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