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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당뇨병치료제 시장 ‘새로운 강자’ 꿈꾸며

등록 2009-08-02 16:31

당뇨병치료제 시장 ‘새로운 강자’ 꿈꾸며
당뇨병치료제 시장 ‘새로운 강자’ 꿈꾸며
미래 과학기술 현장
7. 뇌프론티어사업단
8.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
9. 나노소재기술사업단

‘풍요병’이라 불리는 당뇨병 환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한당뇨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펴낸 ‘2007년 한국인 당뇨병 연구보고서’를 보면 국내 당뇨병 환자수는 전체 인구의 7.7%인 269만4220명이나 된다. 지난 30년간 6배나 증가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엔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1명이 당뇨병 환자가 된다.

‘당뇨병’(糖尿病)은 말 그대로 소변에 ‘당’(糖)이 묻어 나오는 병이다. 혈관을 통해 각 세포로 전달되어야 할 포도당이 혈액에 과다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혈당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포도당이 혈류를 방해해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 병력이 10년 이상인 환자들은 망막에 있는 작은 혈관들에 출혈이 생겨 ‘당뇨병성 망막증’에 걸리기 쉽다. 심지어 실명하기도 한다. 같은 이유로 당뇨병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신부전증, 뇌졸중, 신경계 손상, 감염증 등에 걸릴 확률이 적게는 수배, 많게는 수십배 높다.

갈수록 환자가 늘고 있는 당뇨병을 어떻게 치료할까? 인슐린 주사를 직접 맞거나 설포닐우레아·메트포민·아카보즈 등과 같은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 치료제들은 저혈당, 위장장애, 유산증,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어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안진희 박사, 인슐린 분비 돕는 후보물질 개발

미국 치료제보다 약효 20배…시판까지 ‘구슬땀’


안진희 박사
안진희 박사
지난 7월13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만난 안진희(42·사진)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2007년 기존 당뇨병 치료제에 비해 효능이 뛰어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2형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KR-66223)을 개발했다. 2004년 이후 3년에 걸친 연구 결과였다.

안 박사 팀이 주목한 건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 연구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인크레틴 효소’(GLP-1)였다. 음식을 먹으면 위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은 이자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구실을 한다. 문제는 인크레틴이 효소가 ‘DPP-4’(Dipeptidyl Peptidase 4)에 의해 체내에서 1분 만에 분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DPP-4를 억제하는 화합물을 개발해 인크레틴의 활성 시간을 늘리는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를 찾고 있었다.(그림 참조)

안 박사 팀의 성과에 앞서 세계적 제약회사인 머크사는 2006년 말 DPP-4 저해제를 자누비아(Januvia)란 제품으로 만들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다. 자누비아는 2형 당뇨병 치료의 효능이 뛰어나지만,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겐 사용이 제한되는 약점이 있었다. 동일한 연구를 진행중이던 안 박사 팀은 머크사가 개발한 물질보다 효능과 안정성이 더 뛰어난 물질을 찾아야 했다.

안 박사 팀은 새로운 DPP-4 저해제 개발을 위해 한국화학연구원의 화합물 라이브러리(chemical library)를 대상으로 초고속·고효율 약효 검색(HTS·High Throughput Screening)을 수행했다. 한국화합물은행엔 약 16만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이 라이브러리 중 8만종의 화합물을 이용해 3개 골격의 ‘유효물질’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반복하며 약효는 뛰어나고 독성은 없는 ‘선도물질’을 골라냈다. 그리고 당뇨병 모델동물에 선도물질들을 장기간 투여해 전임상 ‘최종후보물질’(KR-66223)을 도출했다. 이 물질은 머크사의 자누비아보다 시험관 시험에서 20배 이상 우수한 약효를 보여줄뿐더러, DPP-4 유사 효소에 대한 선택성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성과는 한국화학연구원, 영진약품, 한국과학기술원 등 산학연 공동 연구의 결실입니다. 이 3개 기관의 긴밀한 협력 아래 다양한 화합물 구조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전 임상 후보물질을 빠른 시간 내 찾을 수 있었죠. 또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의 분자설계, 약동력학, 독성예측 등 핵심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의 큰 동력이 됐습니다.”

안 박사 팀은 연구 성과의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치고, ㈜카이노스메드에 기술이전했다. 현재는 ㈜카이노스메드와 함께 전임상, 임상시험과 시판 가능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다. “머크사의 자누비아는 2008년 한해에만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후보물질은 자누비아보다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시판될 경우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과정에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신약 개발 과정에 참여한 ‘경험’입니다. 앞으로 이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질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는 것만큼 당뇨병 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규모가 2005년 170억달러(22조원)에서 2012년 350억달러(45조원)로,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5년 2000억원에서 2010년 4500억원으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제약 시장의 확대는 우리에겐 반갑지 않다. 우리나라는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좋은 신약의 경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안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쌓은 신약 개발 ‘경험’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유성은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장 인터뷰

모방은 그만…치료제 개발 ‘우리 손으로’

유성은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장
유성은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장
‘15년, 1조원, 1만분의 1’. 신약 개발과 관련된 수치들이다. 현재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임상시험이 까다로워지면서,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은 늘어나고, 성공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잘 키운’ 신약 하나는 그 어떤 제품보다도 부가가치가 크다. 2001년부터 시판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현재 연매출 8조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회사들은 그간 험난한 개발 과정으로 인해 다국적 제약회사가 만들어낸 후보물질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쳐왔다. 이에 우리나라는 2001년 국내 모방형 의약 개발 관행을 벗어나, 비만·당뇨·뇌졸중·간경화 등 성인형 질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지난달 30일 유성은(50·사진) 사업단장을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최근 신약 개발 관련 국내외 트렌드는?

“먼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암·치매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 당뇨·비만·고혈압 등 예방적 차원의 질환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리피토(연매출 약 18조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신약의 개발이다. 개인에 따라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차를 고려한 의약품도 개발하고 있다.”

사업단이 비만, 당뇨 등 성인형 질환에 집중하는 이유는?

“성인형 질환 치료제 분야는 이미 의약품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성인형 질환들은 병리학적으로 서로 상관관계가 높다. 한 연구의 결과가 다른 질환치료제 개발연구에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사업단이 출범한 지 9년째다. 대표적 성과 세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미국 다뉴브제약회사에 기술이전(계약금 1400억원)한 녹내장 치료제다. 이 신약은 허혈성 상황에서 세포죽음을 방지하는 효과가 우수해 향후 중풍, 심장마비 등의 치료에도 확대·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둘째, ㈜카이노스메드에 기술이전(계약금 95억원)한 당뇨병 치료제다. 이 신약은 DPP-4 효소 저해를 통한 혈당조절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셋째, 새로운 차원의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이다. 기존엔 주로 골손실을 막는 원리로 의약품을 개발했다. 그런데 우리는 골 손실을 막을 뿐만 아니라 골 형성을 동시에 촉진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에 성공한다면 골다공증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동영 기자

◀ 자세히 알기

● ‘당뇨병’이란 이름은 누가, 언제 붙였나?

17세기 중반 영국왕 찰스 2세의 주치의였던 토머스 윌리스는 오늘날 당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소변이 꿀물처럼 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변’을 뜻하는 그리스어(diabetes)에 ‘달콤하다’는 뜻의 라틴어(mellitus)를 덧붙여 당뇨병(diabetes mellitus)이란 병명을 만들었다. 당시 윌리스는 당뇨병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효과가 있지만, 일단 병이 진행되면 회복이 어렵단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사람들은 당뇨병의 원인이 당분을 제대로 걸러내야 하는 신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775년 매슈 돕슨은 당뇨병 환자의 소변뿐 아니라 혈액에도 당분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해, 당뇨병이 신장 이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밝혔다.

● 당뇨병은 왜 생길까?

당뇨병은 유전, 비만, 스트레스 등으로 몸속 혈당량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에 이상이 생길 때 발생한다. 인슐린은 혈당량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이자의 랑게르한스섬 베타(β)세포에서 분비된다. 분비된 인슐린은 혈액 내 포도당을 세포로 유입시켜 다당류(글리코겐)로 저장되도록 촉진한다. 인슐린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혈관은 포도당 과다로 손상되고, 세포는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죽을 수 있다. 당뇨병은 원인에 따라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으로 이자에 문제가 있어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할 수 없는 1형과, 이자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어떤 이유로 제 기능을 못하는 2형이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85% 이상이 2형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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