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기 일주일 전에 읽는 책〉, 웹툰에 연재된 군대만화 〈짬〉 ⓒ yes24
[사회일반] “너 군대 언제 가니?”
대학의 방학 기간.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학원을 다니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다음 학기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심각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병역의 의무’를 지기 위해 입대를 앞둔 남학생들이다.
지난 22일 저녁 7시, 서울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남자 대학생 3명을 만났다. 이들과 함께 ‘미필자’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군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은 임정규(21, 서울 거주) 씨, 문성진(22, 서울 거주)씨, 최정훈(24, 인천 거주)씨.
모두 군 입대 적정 연령인 것 같다. (웃음) 입대 계획을 세워보았는가?
-임정규 씨(이하 정규): 저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ROTC 지원을 생각하고 있고 만약 안 되면 카투사 가는걸 생각하고 있어요. 카투사 같은 경우는 선배님께 이야기 들었는데 토익 점수나 체력 조건이 적정하면 지원자 중에서 임의로 선발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문성진 씨(이하 성진): 나이가 있어서 주변 친구들은 이미 다 갔죠. 저도 카투사 준비하려고 토익 새벽반을 다니고 있어요. 그거 안 되면 의무소방관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올해 이 제도가 끝난다고 하더라구요. 국사 시험을 잘 준비하면 될 듯해요. 2달 정도 준비하면 된다니까. 10월 달? 12월 달 쯤 시험 본다니까...... 다 안 되면 뭐 현역으로 가야죠.
-최정훈 씨(이하 정훈): 구체적인 계획은 거의 없어요. 21살, 22살 때부터 ‘내년에 가야지’ 하다가 계속 미뤄졌고 지금도 내년에 갈 생각이에요. 전 현역보다는 방위산업체라든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KOICA)같은 곳으로 가보려구요.
“기왕이면 인정받는 경력을 쌓기 위해 카투사에 지원할까 고민 중이에요”
그냥 현역으로 입대하는 분들과는 준비하는 것이 좀 다른 것 같다. 입대 계획을 이야기할 때 주변 친구들 반응은 어떤지?
-성진: 군대 간 친구들이 연락 오는데 ‘가급적 뺄 수 있으면 오지 마라’라고 해요. 카투사 할 수 있으면 꼭 하라고. 뭐 힘들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시간이 아깝다’라고 해요. 입대한 제 친구 중에 한 명은 신문 읽는 것이 그렇게 그립다고 해요. 책이라곤 한 글자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친구가 편지에 ‘책을 읽고 싶다’고 썼어요. 사실 2년이란 시간이 사회에서는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스펙 쌓을 수도 있는건데 (남자들 같은 경우) 늦게 출발하는거니까 힘들죠.
-정규: 제 주변 사람들도 취업에 도움 될 만한 카투사 같은 것을 추천했어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요. 현역을 갔을 때 하는 일이 체력 증진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말하더라구요.
-정훈: 다른 거 최대한 갈 수 있으면 가라고 해요. 공익요원이나 방위산업체 같은 경우 전역하면 약간 무시당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카투사 같은 것은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하죠. 사실 2년간 해외 연수가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현역을 가도) 육군보다는 차라리 시험보고 들어가는 공군을 가라고 하고.
인터넷 뉴스 댓글을 보면 군대 다녀온 분들이 미필자들에게 ‘너희들이 군대에 대해 뭘 아냐’ 등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규: 그런 분위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미필자 또는 면제자에 대한) 일종의 우월감과 (나는 힘든 곳에 다녀왔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강하게 하는게 아닐까 했어요.
-성진: 갔다 온 분들 99%는 ‘당연히 군대를 가야지’라고 말씀하세요. 저도 당연히 가야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 말이 바로 ‘현역 육군’을 가라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군대에 가면 현실적인 안보의식이라던가 ‘나라를 지킨다는 것의 중요성’, 애국심을 배울 수 있다고 봐요. 근데 아무래도 군대라는 사회가 아무래도 위계질서를 중시하다보니 사람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저희 형도 올해 25살인데 얼마 전 전역했어요. 근데 군대 식 말투가 몸에 베인 것 같아요. ‘시키면 시킨대로 하지 왜 말대꾸하냐’ 등...... 그런걸 배워오는 건 안 좋아요.
-정훈: 군필 자체가 굉장히 특권화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여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게 보편적인 것 같고. 전 거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아요.
혹시 ‘군필자들의 인식, 군대 내 문화가 대체로 여성 비하적이고 왜곡된 여성상을 심어준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정규: 제가 민감한건지 모르겠는데 군대 문화가 여성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한다거나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선배한테 들은 얘기 중에 선임병이 ‘총을 다룰 때 네 여자라고 생각해라. 함부로 다루면 네 여자 다른 놈한테 팔아넘기는 셈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진: 군대에서 그런 (여성 비하적) 분위기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그런 편견 같은 걸 쭉 가지고 있다가 군대에 가면 당연한 듯이 (성적 농담 등) 나오는거죠. 사회에서는 그런 말 잘 못하잖아요. 제 친구들은 휴가 나왔을 때 그런 농담 안 해요.
-정훈: 군대 가면 남성성을 과시한다거나 하는 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남자들끼리 모여 있을 때 자기들이 얕보고 무시할 수 있는 게 사회적 약자나 여성들인 거잖아요. 그게 몸에 체화되는 과정이 군대라고 봐요. 개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개인이 사회적 구조에 영향 받는 것 같아요. 마치 집안의 아버지 분위기가 엄하면 자식들도 영향 받는 것처럼.
군대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을 접할 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었는지?
-정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인상 깊게 봤어요. 영화 내용이, 친구인 두 사람이 나오는데 같은 부대 선임과 후임 관계가 되요. 마지막엔 후임인 친구가 자살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군대 조직이 사람을 저렇게 만드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 군대 내부 문제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죠. 훈련소 인분 사건이라든지 GP 총기 난사 사건 같은 거 보면......
-성진: 저도 그 영화를 봤어요. 군대라는 곳의 문제점을 잘 파헤쳤다고 하는데, 군대란 조직이 가질 수밖에 없는 성격이 있잖아요. 우리나라 군대가 뭐 엄청 잘 못되고 부패해가지고 그런게 아니고 전시상황이 터졌을 때 불복종하면 안 되니까요. 아마 전세계 모든 나라 군대가 다 그럴 것 같은데요. 전 가끔 TV보면 (군사분계선 DMZ 등에서) 보초서는 초병 인터뷰하는 장면이 인상 깊은데 찾아가서 인터뷰할 때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모습이라든지… 군인으로서 자부심 가지는 모습 등이 인상 깊어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영화 보면 목숨을 걸고 함께하는 전우들의 우정 같은 게 잘 나타나잖아요. ‘내가 죽어도 너는 살아야 한다’ 라던지.
“헉, 군대에서 대대장이 선수로 뛰면 ‘자동문 축구’ 된다구요?”
주변 군필자들 이야기 중에 사회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희한한 경험담 같은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성진: 웃긴 얘기 많은데 최전방에서 근무하면 ‘팅커벨’을 볼 수 있대요. 나방이 너무 커서 팅커벨이라 부르고, ‘짬타이거’? 짬(잔반)을 모아놓으면 고양이가 와서 먹는다고 짬타이거라고 하고...... (웃음) 저희 삼촌은 사단장인가 누가 찾아왔을 때 그 사람이 뒷동산에 잡초가 무성해서 다 뽑으라 했었대요. 근데 정말 다 뽑아서 민둥산이 된 모습을 보니까 ‘너무 민둥산이다. 다시 잡초 심어라’ 명령하고.
-정규: 처음 들어가면 하는 말이 선임들이 신병에게 ‘여자 친구 있냐, 예쁘냐, 언제 만났냐, 어디까지 진도 나갔냐’ 등 물어본다는 거… ‘예쁜 것들은 예쁜 것끼리 놀테니 나도 소개 좀 시켜줘라’ 등.
-정훈: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쓸데없는 일을 많이 시킨대요. 친구가 땅굴을 팠는데 왜 팠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도 잘 모른다고 (웃음) 별로 안 해도 되는 일인데 하는 일들? 군대 있었을 때랑 사회에 있을 때랑 비교하는 내용이 많아요. 예를 들어 몇 시간 좀 서 있다가 힘들다고 얘기하면 ‘나는 군대에서 하루 종일 서있었다’ 라거나, 밥 먹다가 맛없는 거 나왔을 때 ‘군대에서는 이거보다 형편없는 것 먹었다’ 같은 거. 안 좋고 힘들었던 경험을 나중에 대단한 것처럼 얘기하는거요.
-성진: 겨울에 제설작업했던 거. (웃음) 눈 내리고 있는데 치우고 있으면 기분이 참 이상하다고.
-정규: 조류독감 걸렸을 때 자기들이 위험한 닭 해치운 적 있다고 하네요. 그때부터 한 달 동안 닭만 먹고 광우병 파동 있을 때는 한 석 달 정도 소고기만 먹고 (웃음) 진짜 그렇대요.
-성진: 축구했던 얘기도 되게 많아요. 축구하는데 만약 대대장이 선수로 뛰면 ‘자동문 축구’라고 하고 (웃음) 일명 ‘오픈 싸커’.
-정규: (웃음) 그런 얘기도 들었는데...... 홍대 미대 나온 병사 나오라고 한 다음에 족구장 그리라고 해서 경기장 그리고 족구하고.
“훈련 힘들더라도 기간은 짧아졌으면….”
작년 11월에 국방부와 정부·여당에서 ‘군 복무기간 단축규정을 6개월에서 2~3개월로 변경 검토하겠다’라고 발표했었는데, 소식을 듣고 난 후 어떤 기분이 들었나?
-성진: 1년 6개월 되는게 더 늘어난다니 안타깝죠. 내가 태어날 때 한국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태어났고 자라왔으니 이 나라의 역사적인 특성상 군대에 가야 하는 거라면 가는데 개인적으로는 기간은 짧게, 훈련은 힘들게 받고 싶어요. 편하게 빈둥거리는 것보다 갈 바에야 제대로. 전 사람이 육체적으로 힘들어봐야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정규: 제 경우는 사실 기간에 연연하는 건 아니에요. 대신 군대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활동 같은 걸 하고 싶어요. 군대라는 곳이 국방의 의무를 가지고 수행하는 곳이잖아요. 그 이름에 걸맞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군대 내부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봉사활동 같은 일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재해 방지 활동이라든지 대민 지원...... 그렇다면 기간을 늘려도 상관없다고 봐요.
-성진: 안돼 안돼. (웃음) 사회 나가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야지.
-정훈: 기간 늘리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되요. 솔직히 전 막연하게 (복무 기간) 줄어들기를 기다려온 감이 있어요. 근데 정권이 바뀌면서 그게 바뀌었잖아요. 지난번 정부가 1년 6개월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는 정책적 이유 같은 것이 있었을텐데 그걸 무시하는 건 아닌지...... 사병들이 많이 있는게 정말 군사력 증강에 도움이 될까 싶고, 무기의 현대화라든지 이런 곳에 신경 쓰는 것이 더 낫지 않나요. 몇 달 더 늘린다고 사병들이 얼마나 보충되는지도 모르겠구요. 잘사는 사람 중에는 군대 빠지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 책임을 우리 같은 힘없는 사람들한테 전가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일부 연예인 등의 병역비리 사건이나 군대 면제 소식을 접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정훈: 불쌍하죠. 안가고 싶은 마음은 동감해요. (병역 비리 사건이 터지면) 연예인이기 때문에 더 걸리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
-성진: 저는 ‘비’를 좋아해요. 비는 아직 군대 안 갔거든요. 그냥 따져봤을 때 비가 군대 안가고 해외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걸고 2년 동안 영화를 많이 찍었다면 그걸로 얻는 가치가 있을테고, 그냥 군대에 간다면 그 자체로도 (병역의 의무 수행 등)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 중에 뭐가 중요한지는 고민해 봐야겠죠.
병역 비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신검’(신체검사) 받았던 경험에 대해 듣고 싶다.
-정규: 검사가 진짜 짧게 끝나요. 한 30분밖에 안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슨 정신이상자 검사를 하는데 그걸 미리부터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가정환경에 대해서라든지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지 않나요. 그런데 너무 간략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정훈: 훈련소 들어가면 신검 다시 하는데, 제 친구들 보면 훈련소 갔다가 다시 나온 애들도 있어요. 수술 받은 경험이 있다든지. 들어갔다 나오고 또 들어갔다 나오고. 신검이란게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전 신체검사장에서 연예인을 만났는데...... 모 남자그룹의 멤버 2명을 만났어요. 저랑 같은 줄에서 했는데, 서류를 한 무더기 들고 와서 굉장히 아픈 얼굴로 서 있더라구요. ‘아 군대 뺄라면 저 정도는 되야 하는구나’ 생각했죠. (웃음)
-정규: 머리를 길게 기르는 친구들 중에는 그런 사람도 있대요. 일부러 동성애자처럼 보이려고......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가지고 신체검사 받으러 간다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모병제하면 사람들 몰릴 수도 있겠네요”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다. 그런데 최근에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진: 요즘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모병제 해도 많이 갈 것 같아요. 지금이랑 사병 월급이나 생활수준이 똑같으면 모병제 했을 때 별로 늘어나지 않겠지만, 인센티브가 있다면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것처럼 ‘이도저도 안되면 군대나 다녀오자’ 그런 현상이 되게 클 거 같아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지만 (웃음)
-정규: 모병제를 한다고 해도 이미 다녀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은 문제 아닌가?’라는 시선이 있을 것 같네요. 뭐 취직이 급해지니까 모병제를 하면 많이 선택할 것 같긴 해요.
-정훈: 저는 뭐 정말 모병제라는 게 현실가능한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뭔가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징병제보다는 모병제가 더 경제적으로 가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자리 없이 보내는 20대 청년들이 어찌 보면 더 생산적으로 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군대에서 일하고 급여를 제대로 받는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가기 싫어할까요? 군대 내 복지나 인권문제 같은 것도 더 나아진다면 (모병제 주장에 대해) 사람들이 지금과 다르게 반응하지 않을까 해요.
-성진: 모병제로 해서 아예 처음부터 전문적으로 분업화하면 효율성도 늘어날테고, 좀 이상적으로 봤을 때 예를 들면 나라에서 ‘군대 지원하면 학자금 다 대주겠다’라면… 당장 다들 달려가지 않을까 해요. 오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면 군대 문화 같은 것도 다를 것 같구요. 그런 측면에서 모병제 참 괜찮을 것 같아요.
만약에 내일이라도 당장 병무청에서 입대 영장이 날아온다면, 어떤 생각을 하면서 군 생활에 임할 것 같은가?
-정규: 전 ‘시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 ‘공부라도 해야겠다’라는 심정으로….
-성진: 일단 빼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하지만, 끌려가면 그냥 가야죠 뭐. (웃음)
-정훈: 저도 마찬가지로 뭐 공부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운동을 한다던지. 그런데 딱히 자기가 계획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군대 가서 자격증 많이 땄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네요. 전 2년이란 시간이 남자들에게는 (비교적 여자들보다) 어찌 보면 기회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시간을 보낸다 해도 허용되는 기간이라고 보구요.
입대하고 난 후 본인들이 비교적 편안한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을 때, 후임병들에게 어떤 선임이 되고 싶은가?
-정훈: 저 같은 경우는 권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편인데 군대 가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할 것 같아요. 병장의 느낌으로 바라볼 때와 이등병으로 바라볼 때의 시각이 다르겠죠. 마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듯이...... 어느 정도 영향 받을 것 같네요.
-성진: 뭐 일은 다 상병 시키고, 이등병들 관리하는 일은...... 난 책이나 읽어야지. (웃음)
-정규: 저 아는 형은 그 내무반 상병이 후임을 그렇게 잘 때렸대요. 그래서 자기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어느 순간 후임을 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더라구요. 그런 이야기가 무서웠어요. 저는 사실 반말로 하는 것도 좀 별로거든요. (후임에게) 존대말도 쓰고 싶고 그런데 분위기 상 지켜지기는 힘들 것 같네요.
“자기개발 기회도 늘어나고 개방적인 문화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군 미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군대문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다면?
-정훈: 기본적으로 자기개발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좀......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나 교육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성진: 제 성격 상 남을 때린다거나 하는 건 잘 못해요. 나와 다른 인격체인데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뭔가 강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때리는 게 제일 편한 방법일테지만, ‘편한 방법’ 말고 어렵더라고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정규: 남자들만 있다고 남성 중심 사고를 강조하기보다는 다양하고 개방적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군대문화가 되었으면 좋겠구요. 몇몇 기사 보니까 요즘 군대 내 폭력은 줄어들어도 성범죄가 많이 일어난다 하더라구요.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 때문에 젊은 청년들의 울분같은 것이 폭발해서 그런 방향으로 나가는 거 같은데 그런 심리적 고통을 융화시킬 수 있는 심리센터 등도 적극적으로 마련되었으면 해요.
-성진: 그냥 생각난건데요. 휴가가 한 달에 일주일 정도였으면 좋겠다. (웃음) 그럼 부대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자주 풀고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순간에도 입대 예정 날짜를 세면서 심란해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지구 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군대에 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모두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중 나온 이야기들이 군필자 혹은 기성세대가 보기에 발칙하고 못마땅하게 비추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 중 혹시나 한번쯤은 비슷하게 생각해보았던 내용은 없는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현재 합법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 가는 군대가 좀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군과 사회가 노력해야 할 측면은 정말 없는가. 이것은 나이와 성별, 병역 유무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숙제다.
남궁정 기자 zptciw@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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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문제로 재입대했던 가수 싸이
군사분계선 DMZ 철책선
남궁정 기자 zptci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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