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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동계 올림픽이 전부인가요?

등록 2010-02-23 15:17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방송/연예] 올림픽 밖 감춰진 소식에도 관심을
전국에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으로 들썩이고 있다. 봅슬레이, 루지 대표팀의 첫 올림픽 출전 서부터 중계권 논란, 쇼트트랙 선수단 내 파벌 문제, 첫-남녀 연속 스피드 스케이팅 (빙속) 금메달, 목표 상향 조정, 김연아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도전 등등 2월 한달은 올림픽에 관계된 이야기들이 언론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 역시 올림픽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나 또한 밤을 새가면서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TV로 보았고, 메달 하나 하나에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올림픽의 열기에 밀려 정작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이슈들은 점점 보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4대강 공사 문제에서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전용관 · 영상미디어센터 · 예술영화 전용관 (시네마테크) 독단적 사업자 재선정 문제까지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한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가려져 시민들에게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인기 포털의 첫 화면, 신문 일면, 방송 뉴스 등 모든 매체가 하나같이 전면적으로 올림픽을 내세운다.

언론이 지금 현재 가장 시민들이 관심있게 쳐다보는 사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방식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게다가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워낙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인 만큼 자연스레 언론, 독자 모두의 관심은 올림픽에 쏠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축제에만 눈이 팔려 현안을 알리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다수가 관심을 주지 않는 순간은 집권층은 자기 입맛대로 중요한 법안과 정책을 통과시키고 못을 박으려 애를 쓰기 마련이다.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시민들이 다시 현실로 눈을 돌리면, 이미 눈 앞에는 처치 불가능한 쓰레기가 쌓여 있게 된다. 이슈를 회피한 책임은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의 상황을 들 수 있겠다. 모두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을 드높이며 언론과 독자 모두가 온갖 떡고물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노원구 상계동에서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미관 정비와 올림픽 관련 건물 건설을 이유로 상계동 판자촌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살던 집에서 강제로 쫓겨나 버렸다. 그나마 겨울이 아닌게 다행이었다. 상계동 주민들이 살 곳을 찾아 이리 저리 헤메는 동안 그들의 참상을 제대로 보여준 곳은 별로 없었다. 당시 막 창간된 <한겨레>나 김동원 감독의 독립영화 「상계동 올림픽」 정도가 보도의 전부였다.


올림픽에 아예 관심을 끊고 다른 중대한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다만 올림픽에 관심을 주는 만큼 다른 이슈들에도 비슷한 분량의 시선을 보내야 한다. 또한 독자들도 중대 이슈의 축소 보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사건을 보도하고 내막을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독자들은 자신과 직 · 간접적으로 연관된 이슈에, 설령 큰 관련은 없더라도 큰 관점에서 중요한 요소 - 민주주의 · 표현의 자유 등 - 을 저해하는 사건에 비판의 시선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물론 취재의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는 언론의 마음이다. 또한 지겹고 짜증나는 이슈 따위는 구석에 박아두고 올림픽을 쳐다보면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것에 열기를 분출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올림픽에 관심을 두는 동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가 조금씩 갉아 먹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직시하면서 주어진 자유, 마음껏 행사하길 바란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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