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로 대입 문 연 ‘3인의 이야기’ / 이대부고3 조수경양, 수도여고3 박건영양, 구현고3 고정우군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입학사정관제로 대입 문 연 ‘3인의 이야기’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뽑는 대학이 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내신과 수능 성적만이 아닌 학생의 잠재능력과 소질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해서 선발하자는 취지로 2007년에 도입됐다. 2012학년도 대입부터는 대학들이 학생들의 다양한 전형자료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게 수시보다 앞선 8월1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제도 도입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한다. 화려한 ‘스펙’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한 건 아닌지, 내신 성적은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사교육의 도움으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쉽게 치렀다는 친구들의 얘기도 들린다. 학교가 제공하는 정보도 부족하다 보니 입학사정관제 준비는 전적으로 ‘내 몫’인 것만 같다. ‘아하 한겨레’ 학생수습기자들이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을 만나봤다. 먼저 입학사정관제를 경험한 이들한테서 진솔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관련 동아리’ 만들며 ‘잠재력’ 확인
구현고 3학년 고정우(19)군은 오는 3월이면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신입생이 된다.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고군은 고등학교 시절 지역 환경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마침내 동아리까지 만들었다. “지역 하천인 ‘안양천’의 수질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2009년에는 친구들과 환경 동아리를 만들어서 직접 수질 검사도 하고 보고서도 작성했죠.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10년에는 일본에서 열린 ‘청소년 국제 물 포럼’에도 초청받았어요. 환경 관련 전공을 하고 싶었는데 입학사정관제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더라고요.”
고군의 내신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1학년 때 학생회장을 할 만큼 교내 활동에 열정이 많았다. “신설 고등학교라 1학년 때 학생회장을 할 수 있었어요. 학교 홍보를 위해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기도 했죠. 학생회장은 ‘리더’의 구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뭔가를 변화시키고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고군은 아주대 입학사정관제 ‘리더십 전형’으로 꿈을 이뤘다. 학생회장 경력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전공적합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리더십 전형이지만 입학사정관들이 학생회장 경력만을 보는 건 아니죠. 리더십을 보여주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전공과 적성이 맞아야 해요. 지원한 학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다양한 경력이 있어도 소용이 없답니다.” 단순히 대학에 가기 위한 ‘스펙’과 원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녹아 있는 ‘스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제가 한 활동들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꿈에 영향을 준 것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열정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죠. 자신을 변화시킨 작은 계기들을 찾아보세요.” 고군은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만큼 대학 입학의 편리한 수단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풍부한 ‘현장 경험’ 쌓으며 전공 탐색
수도여고 3학년 박건영(19)양의 꿈은 아나운서나 기자가 되는 것이다. 진로를 일찍 결정한 덕분에 그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자나 아나운서 일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꿈을 이루고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죠. 아직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때라 그냥 관심을 갖고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서울 학생동아리 한마당에 기자로 참여해 취재도 했고 ‘아하 한겨레’ 학생기자 1기에도 도전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죠.”
학교 공부와 외부 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당연히 처음에는 부모님이 많이 걱정을 했어요. 성적이 떨어질까봐 우려했던 거죠. 하지만 제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고 학교 성적이 떨어지지 않게 남는 시간을 활용해 비교과 활동을 했죠. 근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긴 했어요.(웃음)”
박양은 이런 꾸준한 활동들을 인정받아 지난해 중앙대 사회학과에 입학사정관 전형인 ‘다빈치 전형’으로 합격했다. “제가 한 활동들을 볼 때 수능 한두 문제로 판가름나는 전형보다는 입학사정관제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지원한 다빈치 전형은 리더십, 봉사특별활동, 문제해결능력, 국제화 등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인재를 뽑는데 이런 요건들도 저와 잘 맞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입학사정관제의 눈길을 끈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작성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입학사정관들은 화려한 문체와 매끄러운 글을 선호한다고 생각하지만 박양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자기소개서와 관련 자료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는 ‘이 학생은 많은 활동을 했네’가 아니라 ‘이 학생은 자신의 꿈을 위해 꾸준한 노력과 도전을 했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했죠.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서툴러도 자신의 생각이 담긴 자신만의 문체로 적어야 해요.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들도 구체적으로 썼어요. 어차피 거짓으로 쓴 글은 면접을 통해 다 드러난답니다.”
환경 탓하지 말고 전형 요건 살펴봐야
올해 입학사정관제로 연세대 중어중문학과에 들어간 이대부고 3학년 조수경(19)양은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꿈을 이뤘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너무 늦게 알았어요. 저와는 상관없는 전형이라고 생각했죠. 크게 기대를 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뒤늦게 준비하면서 ‘내 잠재력만으로도 갈 수 있는 학교가 많다’는 걸 느꼈어요.”
조양이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게 된 데는 담임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연세대 ‘한마음 전형’을 알게 됐고 진학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한마음 전형’은 학과당 2명밖에 뽑지 않았다. 4년 동안 장학금과 교재비도 지원받을 수 있어 비싼 등록금 부담도 덜게 됐다. “한마음 전형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지원하기에 적합해요. 내신과 서류만으로 학생을 뽑지만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이죠. 그래서 고3 내내 내신과 수능, 비교과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
조양은 좋은 내신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고 수능 준비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교과 활동은 학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논술 수업을 꾸준히 들었고 언론사가 주최하는 논술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그래도 비교과 활동이 부족한 탓에 조양은 자기소개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중어중문학과에 지원한 동기를 자세히 적었어요.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택했고 그때부터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죠. 중국어 수업 시간에 있었던 경험담과 중국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내용과 소감을 솔직하게 써 냈어요. 지원하는 대학의 비전과 각종 정보도 알아본 뒤 자기소개서에 반영했죠.”
조양은 후배들에게 부족하더라도 자신에게 적합한 전형을 찾아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또 담임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저를 잘 이해하고 이런 전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담임선생님의 추천서도 서류평가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어요. 어려운 환경을 탓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다양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잠재력을 펼쳐볼 수 있거든요.”
글·사진 배진아(이리남성여고)
백민주(해운대여고) 손민영(산본고)
이다빈(서해고) 한유미(광영여고) 학생수습기자
고군은 아주대 입학사정관제 ‘리더십 전형’으로 꿈을 이뤘다. 학생회장 경력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전공적합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리더십 전형이지만 입학사정관들이 학생회장 경력만을 보는 건 아니죠. 리더십을 보여주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전공과 적성이 맞아야 해요. 지원한 학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다양한 경력이 있어도 소용이 없답니다.” 단순히 대학에 가기 위한 ‘스펙’과 원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녹아 있는 ‘스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제가 한 활동들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꿈에 영향을 준 것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열정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죠. 자신을 변화시킨 작은 계기들을 찾아보세요.” 고군은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만큼 대학 입학의 편리한 수단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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