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법원 ‘편들기’에…‘비리 사학’ 브레이크가 없다

등록 2011-12-12 08:34

서울교육청, 4곳 임원취임 취소…법원에서 뒤집혀
정부, 법인전입금 17.7배 지원금 주고도 감시 무기력
검찰에 비리 고발해도 가벼운 처벌…학생·교사 반발
“평소 잘못이 있으면 혼내시던 교장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쓸 장학금을 다른 데 썼다니 실망이 컸어요. 그런 비리를 그냥 넘긴 이사들이 다시 돌아와 새로 교장선생님을 뽑는다니….”

지난 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숭실고 정문 앞.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이아무개(17·2학년)군을 비롯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비리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숭실고에서는 장학금으로 이사장 병원비나 목사 전별금을 지급하는 등 크고 작은 비리가 계속됐다. 재단 이사들 사이 경영권 다툼으로 이사회도 파행적으로 열렸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실시해 27건의 문제를 지적하고, 4명의 임원취임 승인 취소 등을 결정했다.

하지만 숭실고 재단 이사 4명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달 25일 “처분이 과하다”며 이사들 손을 들어줬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취임한 뒤 시작된 사학재단 비리 처벌에 1년 만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숭실고의 한 교사는 “학교는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법원이 잘못을 저지른 이사들 편을 들면 학생들을 앞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고 말했다.

■ 견제 수단 없는 사립학교 숭실고 사례가 중요한 것은, 서울지역 중학교 3곳 가운데 1곳, 고등학교 3곳 가운데 2곳이 사립학교이기 때문이다. 사립이라고 해도,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정부 교육정책의 영향 아래 있고, 정부가 세금을 통해 교원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재정결함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준국공립’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종욱 민주당 시의원이 시교육청에서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2010년 서울지역 사립 중·고교 재정현황’을 보면, 정부가 세금으로 서울지역 사립 중·고교에 교부한 지원금이 사학재단이 낸 학교 운영비(법인전입금)의 17.7배에 달했다. 특히 진명여고, 양천고 등 22곳의 사학재단은 법에 규정된 법정부담전입금을 포함해 법인전입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감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이 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2010년 사립학교 감사현황’을 보면, 유치원을 제외한 전체 378개 서울 사립학교 중 지난해 감사를 받은 학교는 78곳(20.6%)뿐이다. 시교육청은 학교별로 정기 감사를 별도로 하지 않고, ‘내부에서 나온 확실한 문제제기’가 있는 경우에만 민원 감사를 실시한다. 학교가 곪아터진 뒤에야 외부의 감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내부 감시도 기대하기 어렵다. 개방이사·감사가 있으나 이들의 임명은 이사장 권한이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양천고 교사 재직 당시 학교 비리를 고발했다가 두번이나 파면된 것처럼, 내부 문제제기에 대한 재단의 탄압은 집요하다.

전국의 모든 사립학교 재정운영과 직무실태 전반에 대해 특별감사에 나선 감사원이 2006년 1월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시교육청에서 사립학교 운영실태 자료를 확보하려고 예비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전국의 모든 사립학교 재정운영과 직무실태 전반에 대해 특별감사에 나선 감사원이 2006년 1월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시교육청에서 사립학교 운영실태 자료를 확보하려고 예비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사립학교 편드는 검찰·법원 어렵게 시교육청이 감사해 검찰에 고발해도 가벼운 처벌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해 7월 곽 교육감 취임 뒤 시교육청이 검찰에 고발한 5개 사립학교의 11개 비리 사건 중 3건은 법원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의 판결이 났고, 1건은 약식재판이 진행됐으며, 나머지 7건은 검찰이 혐의 없음 등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특히 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실시한 학교 가운데 비리가 심한 상록학원(양천고), 진명학원(진명여고), 숭실학원(숭실고), 청숙학원(서울외고) 등 4개 사학재단에 지난 7월 임원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들 학교재단은 연이어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달 25일 그 첫 판결에서 숭실고 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임원 승인 취소) 처분 사유를 모두 인정하더라도 숭실고의 교육기능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은 이상 자율적인 자정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지나치게 커, 비례 원칙에 위반되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교육 공공성보다 사학재단 사유권에 더 무게를 실은 판결이다.

이에 대해 송병춘 시교육청 감사관은 “숭실학원은 자율적인 자정 노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사립학교 비리가 발생해도 학생 배정이나 학교 운영이 사실상 공립과 다를 바 없어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유일한 조처가 임원 승인 취소”라며 “법원이 이마저 수용하지 않는다면 비리 사학은 그대로 방치돼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