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쪽에 범여권 인사와 언론인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6일 또다시 전면 부인했다. 의혹 핵심인 고발장 내용과 전달 과정이 이날 모두 공개되며 손 검사 개입 여부를 두고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구체적 해명 대신 포괄적 부인 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지난 2일 의혹이 불거지자 그 이튿날부터 연가를 내고 연락을 끊은 채 출근하지 않고 있는 손 검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겨레>와 <뉴스버스>는 제가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 및 첨부자료를 발송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날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핵심 물증인 고발장 전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범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을 상대로 한 이 고발장은 윤 총장 부인 및 장모 범죄 의혹 보도, 검-언 유착 의혹 보도 등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자신의 역할과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윤 총장과 검사들을 헐뜯고 비난”하는 “범여권·범진보 세력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한 계획적 언론 플레이”를 “총선 전에 신속히 수사해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포함해 언론 제보자 실명 판결문, 에스엔에스(SNS) 갈무리 화면 등 100건이 넘는 이미지를 누군가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전달 받아 그대로 다시 미래통합당 쪽 인사로 추정되는 이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의원이 중간에 다리를 놓은 해당 이미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기가 붙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검찰 출신인 김 의원 사법연수원 동기(29기)인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을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로 지목했다.
손 검사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도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 등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에 대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았다. 추가 질문을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고발장 작성자가 아니라고 밝힌 상황에서 굳이 하나하나 해명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반면 이런 행보를 두고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의혹 물증인 텔레그램 갈무리 사진 파일은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떨어진다. 설령 손 검사가 고발장과 판결문 등을 전달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지금 드러난 물증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김웅 의원 등 관련 당사자들의 추가 증언이나 손 검사 컴퓨터에서 고발장 원본이 나오지 않는 한, 손 검사로서는 의혹을 인정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사에 밝은 손 검사가 텔레그램 메시지 원본 등이 없는 상황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스모킹건’으로 보고 우선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검-언 유착 의혹 제보자 실명 판결문 열람기록을 두고도 견해가 갈린다. 서울지역 한 부장판사는 “만약 판결문 열람기록이 확인되면, 이는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손 검사가 판결문을 열람한 기록이 확인되더라도 고발 사주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할 수도 있다. 당시 보도된 검-언 유착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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