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씨가 지난 4월4일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오권철)는 12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육체적 고통 뿐 아니라 그보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며 “다만 범죄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으며 도주하지 않았음을 고려해 사형은 선고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범행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던 큰딸인 ㄱ씨만 살해하려 했고, 동생과 어머니는 반항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살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족 모두에 대한 살인은 계획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주거지를 범행 장소로 선택했고, 큰딸에 대한 범행을 위해서는 피해자 가족 중 하나를 반드시 마주칠 수밖에 없다“, “동생 살해 뒤 범행 장소를 떠나지 않았고 귀가한 어머니 범행은 동생 범행에 뒤따른 것이었으므로 우발적 살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종합할 때 피고인이 미리 세운 계획에는 우선 큰딸 피해자 가족을 흉기로 위협해 제압하되 여의치 않으면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장의 선고가 끝나자 피해자 유족은 “사형해야 돼요. 안돼요.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사형을 해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ㄱ씨를 스토킹하다 지난 3월23일 ㄱ씨의 집을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ㄱ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 흉기를 준비하고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범행 내용과 수법도 매우 잔혹, 불량하고 포악하다”며 김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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