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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년창업 정부 지원 양극화…스타트업에만 돈 쏠렸다

등록 2022-02-23 04:59수정 2022-02-23 07:26

올 중소벤처부 창업지원 예산
3조6천억 중 98%가 기술창업
소상공인에 체계적인 훈련 필요
지난달 11일 <한겨레>가 참여한 ‘제21기 스마트스토어 강좌’에서 수강생들이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지난달 11일 <한겨레>가 참여한 ‘제21기 스마트스토어 강좌’에서 수강생들이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정부나 학교에서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만족한다.”(박중우·디플에이치알 대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 교육 기회도 부족하다.”(김○○·온라인 꽃가게 운영)

청년 창업 현장에도 양극화가 나타난다. 2030세대 소상공인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창업 정보를 얻고, 교육·컨설팅 등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들은 창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대부분 혼자서 해결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기술 창업에 나선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정부 지원과 인적·물적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창업 초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과 대비된다.

지난달 11일 경북 포항에서 소상공인 창업과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온도차는 뚜렷했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의 ‘21기 스마트스토어’ 강좌를 찾았다. 23살 청년부터 64살 농민까지 수강생 18명이 창업 준비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나이대가 있는 수강생들은 노트에 ‘폭풍 필기’를 하고, 20대 수강생들은 노트북 키보드를 부지런히 두드렸다.

2030세대 수강생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현장 강좌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쉬운 것은 이와 비슷한 강좌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온라인 꽃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31)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온라인 상점을 열었는데,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렇게 강사에게 바로 질문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수업을 듣게 되니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창업 전후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조언을 구할 곳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사업자등록부터 세무신고까지 혼자 모든 것을 알아봐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사업 확대를 위해 컨설팅 등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봤는데 쉽지 않았다. 정부 지원도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창업 지원 사업 예산을 살펴봤다. 정부 지원은 소상공인 창업보다 성공하면 대박으로 이어지는 기술 창업에 쏠려 있다. 지난달 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2년도 창업지원사업 통합공고’를 보면, 창업 지원 예산 3조6668억원 중 소상공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업예산은 최대 869억8100만원가량인 것으로 집계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총괄과는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 창업 지원 사업은 원칙적으로 기술 창업이나 벤처 투자 등에 지원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민간기업 지원도 기술 창업에 집중돼 있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500여m 떨어진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에서는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청년 창업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포스코에서 운영하는 벤처 창업 지원 공간이다.

이곳에 입주한 생산·기능직 채용 플랫폼 ‘디플에이치알’ 박중우(23) 대표는 “동업자를 구하는 것이 창업에서 가장 큰 관건인데, 포스텍(포항공대)을 다니며 생긴 배경을 통해 혜택도 많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소형 발사체 스타트업인 ‘큐브로켓’ 이정락(25)·조한성(26) 대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지원 체계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지원을 대부분 찾을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1일 경북 포항시 포항창의카페 1층에서 열린 ‘제19기 스마트스토어 강좌’.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지난해 11월11일 경북 포항시 포항창의카페 1층에서 열린 ‘제19기 스마트스토어 강좌’.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이른 현재 상황에서 청년 소상공인 창업자들도 적절한 교육과 지원이 뒷받침되면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비기술 창업에도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벤처중소기업학)는 “현실적으로 자영업 창업 외에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비대면 온라인 시장 개척, 운영의 스마트화 등을 통해 새롭게 사업을 발전시켜 적절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 벤처기업,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공부한 마케팅 기법 등을 활용해 수제떡집을 운영하는 하민채(32) 미홍 대표는 “주문관리시스템 도입, 온라인 마케팅 등을 통해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매출을 약 1.8배, 직원 수는 약 3배 증가시키고 수출까지 하게 됐다. 사업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소상공인들도 관련 교육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고용도 늘리고, 매출도 신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소상공인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소상공인도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모 교수는 “현재 창조경제혁신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중간 지원 조직이 단기 과정으로 지역 소상공인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이를 넘어 창업 지원자에게 창업 공간, 기술 교육, 커뮤니티 등을 지원하는 ‘장인대학’ 모델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던 청년 창업, 온라인 상점과 음식점으로 쏠려

벤처·스타트업으로 대표되던 청년 창업이 최근 도·소매업, 음식점 등 소상공인 주력 업종으로 집중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2020 창업기업 동향’ 통계를 보면, 39살 이하에서 창업한 기업(부동산업 제외) 수는 2019년 대비 9.1% 늘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020년 한해 2030세대가 차린 상위 5개 업종을 보면 청년 창업이 몰리는 업종이 확연히 드러난다.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에서 26만5235개, 벤처·스타트업이 속한 기술 창업기업은 8만9218개가 새로 생겨났다. 도·소매업만 떼어 보면 1년전과 견줘 20대에서 32%, 30대에선 20.4% 늘었다.

코로나19가 비대면 사회를 앞당기면서 온라인 창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한겨레>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온라인 상점)는 2019년 29만개에서 2021년 3분기엔 47만개로 62%가량 급증했다. 네이버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창업에 뛰어든 판매자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쇼핑 시장이 더욱 확대됨에 따라 전자상거래소매업 등 비대면 온라인쇼핑 업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이 이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청년에게 창업은 녹록지 않다.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2020년 2030세대 창업 기업은 49만8226개, 2030세대 폐업 기업은 24만1631개였다. 2030세대가 기업 2곳을 차릴 때 1개는 폐업한 셈이다. 같은 해 전체 폐업 기업 89만5379개 중 27%가 ‘2030 사장님’ 기업이었다.
포항/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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