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증거인멸 우려 커 불구속 원칙 예외”
지방법원 18곳 중 12곳 처리기준 마련
지방법원 18곳 중 12곳 처리기준 마련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크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되도록 구속 수사를 하는 쪽으로 법원이 인신구속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23일 현재 전국 18개 지방법원 가운데 12곳이 마련한 인신구속과 관련한 업무 처리 기준을 보면, 법원들은 성폭력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보호 등을 이유로 성폭력 범죄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쪽으로 처리 기준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실형 선고의 예상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구속영장 기각 확대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른 구속영장 발부 대폭 감소 등을 내세우며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폭력 범죄는 예외인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발표한 구속 기준을 보면, 성폭력 사건 가운데 청소년 성폭행 사건과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의 성폭행 사건은 “사회의 충격이 크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으며 피해자를 피의자로부터 격리해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구속을 통한 격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돼있다.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른 구속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법원의 원칙이지만 성폭력 범죄는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법원들은 “성폭력 범죄와 마약범죄, 조직폭력 범죄 등은 반복의 위험성이 큰 범죄 유형”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성범죄를 “범인이 증인을 협박·회유해 정확한 진술을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큰 사건”에 포함시켰고, 수원지법은 “피해자가 소문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실이 왜곡될 우려가 있어 증거를 인멸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주지법은 집단 성폭행의 경우에는 소년범이라 하더라도 구속영장 발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소년범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되도록 피하는 원칙의 예외인 셈이다. 서울동부지법과 의정부지법도 “집단 성폭행은 소년범의 경우에도 사안의 중대성을 참작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범죄를 엄단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중대한 범죄인 만큼 구속단계에서부터 엄정하게 처리하는 게 법원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