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노력 안보여…“인권위가 조사를”
“다른 학교는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ㄱ대 체육학과 한 교수의 이 말은 대한민국 체육 관련 학과에서 이뤄지는 폭력 불감증을 대변한다. 이 교수는 “우리 때는 방망이로 매일 맞았다”며 “예절교육은 우리 학교의 문화”라고까지 말했다.
태권도학과의 다른 교수는 “체육지도자가 되려면 실기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새내기들을 보면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학교의 틀에 학생들이 맞춰야지, 맘에 안 들면 본인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이렇다 보니, 그 아래 조교나 상급생들은 후배들에 대한 집단교육 등이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신입생들의 부모가 학과장한테 전화해 선배들의 폭력에 항의하면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라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선배 그룹은 “전화할 생각 하지 말고, 학교생활이나 열심히 하라”며 더 지독하게 기합을 준다. 대학당국도 암묵적으로 신입생에게 가하는 폭력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개인이 잘못된 상황을 하소연할 곳도 없는 것이다.
때문에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원회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의지를 가지고 대학 내 폭력문화 근절에 강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원 운동부 선수들에 대한 지도자 폭력은 지난해 대한체육회·교육부가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고 ‘선수고충처리센터’ ‘선수보호위원회’를 두면서 상당히 완화된 상황이다.
강신욱 단국대 교수(체육학)는 “교수들이 먼저 나서고, 상급생들이 앞장서 자정선언을 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만 체육대학 폭력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