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금 기자
이렇게 곱상하고 맑은 영혼들을 왜 망가뜨리는가?
체육 관련 학과의 신입생 길들이기 현장 취재를 하면서 느낀 심정은 “맑고 순수한 영혼들이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라는 분노였다. 그들은 고통조차 수줍게 참아냈다. 9일 체육 관련 대학 신입생에 대한 폭력·군기잡기 기사가 나간 뒤 폭발적으로 들어온 독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번에 끝낼 일이 아니다. 계속 이슈화시켜야 한다” “교수들이 나서야 한다”는 등 다양했다.
요즘 체육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고교 시절 운동만 열심히 한 ‘반쪽이’가 아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여기에 더해 남다른 체력이나 운동감각으로 체육 관련 학과를 지망했다.
새벽 비탈길 달리기 기합을 받은 한 학생은 “달리기하면 체력단련되고 좋아요. 그러나 머리박기, 주먹쥐고 엎드리기, 험악한 말 등은 참을 수 없는 모멸감으로 다가옵니다”라고 말했다.
수십년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인권유린. 이게 단지 선배들만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았다. 수십년간 교수진도 학교당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묵계인 양 대응하지 않았다. 자기 아들이 아니고 자기 동생이 아니기 때문이었을까?
새벽 중앙도서관 앞에 운동복을 입고 고통스런 ‘예절교육’을 기다리는 시간, 주변에는 1~2명이 가방을 들고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대학에 와서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주눅든 학생들과, 청바지 입고, 머리 기르고, 가방 둘러멘 채 도서관에 들어가는 학생들. 누가 이런 비극을 만드는 것인가. 체육 관련 신입생들도 자기 의지에 따라 늦잠도 자고, 때로 일찍 일어나 도서관도 가고, 머리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대학이고 지성인의 공간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8일 새벽 ㄱ대 수원캠퍼스에서 체육대학 새내기들이 줄지어 선 채 선배로부터 인사교육을 받고 있다. 수원/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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