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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죽봉 잡았다” 자백만으로 구속영장?

등록 2006-05-08 19:06수정 2006-05-09 01:58

검찰, 뚜렷한 증거도 없이 무더기 청구
법원 ‘철조망 시위’ 17명도 기각
검찰이 미군기지 제공을 위한 국방부의 강제철거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에 대해 폭력 시위를 벌인 뚜렷한 증거 없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이흥권 판사는 8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37명 가운데 27명은 단순 가담자였던 것으로 확인돼 이들의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죽봉을 잡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이들에 대해서는 모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실제 ‘죽봉을 잡은 적이 있었다’는 것도 대부분 본인의 자백이었다”며 “죽봉을 건네 받기만 하거나 특별한 폭력행사가 없는 사람은 영장을 기각했고, 사진 등 증거자료로 적극적으로 폭력시위에 가담한 것이 확인된 사람들만 영장을 발부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죽봉을 휘두르지 않았거나 죽봉을 휘둘렀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도 “죽봉을 잡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이들에 대해 모조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체포될 때 죽봉을 든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판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들 가운데는 시위 전력도 없는 나이 어린 대학생들이 많았고 미성년자인 학생도 있었다”며 “시위 가담 정도와 증거 인멸·도주 우려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평택지원은 이어 9일에도 지난 5일 대추리 철조망을 끊고 군사보호구역 안으로 넘어가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23명 가운데 6명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대검 공안부(부장 이귀남)는 “7일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라며 “영장이 기각된 27명에 대해 채증자료를 분석하고 범죄 전력과 보완수사 때 자진출석 여부 그리고 불법시위 재참가 여부 등을 살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어 ‘신중 검토’라는 용어를 썼지만 이번 사태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검 공안부는 이번 사건을 ‘반미 세력이 주도한 전형적인 공안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장유식 변호사는 “구속영장에 의한 인신구속을 징벌적 수단으로 악용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며 “과거 공안사건에서 반대세력의 기를 꺾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군사독재정권 때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검찰의 무더기 구속영장 청구는 기업 비리 등 수사에서 구속 수사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다”며 “대검 공안부의 모습은 공안사건에서 구속을 남발했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상철 임인택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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