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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성성이 뜬다] ③ 우린 너무 가족스러워!

등록 2006-06-20 19:18

[여성성이 뜬다] ③ 우린 너무 가족스러워!

아빠·엄마·아이 있어야 가족?

가족은 닮는다. 남성은 핏줄 때문에, 여성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닮는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가족을 ‘조상을 같이하는 피로 맺어진 사람들’(35.8%)이라고 가장 많이 정의한 반면, 여성은 가족을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40.9%)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전국 59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정상 가족은 비정상?=환하게 웃고 있는 아빠엄마, 그리고 아이들. ‘가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런데 왜 늘 한가지 모습일까? 우리나라에 전형적인 핵가족 가구는 얼마나 될까?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 추계가구 분석을 보면, 2006년 현재 46.8%로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전국 가족실태 조사에서도 핵가족은 45.7%에 그쳤다.

전형적 핵가족은 46.8% 그쳐

가족의 형태는 셀 수 없이 다양해졌다. 딩크 가족, 이혼 가족, 재혼 가족, 별거 가족, 기러기 가족, 주말 가족, 동거 가족, 입양 가족, 국제 결혼 가족, 1인 가족, 공동체 가족, 남매 가족, 조손 가족 등 …. 발빠른 문화·예술인들이 변화의 징후를 먼저 읽었다. 영화 〈가족의 탄생〉, 드라마 〈불량가족〉,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이른바 ‘다양한 가족’을 그린 작품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성의전화가 아트선재에서 연 여성인권 영화제에서도 가족에 대한 독립영화 한편이 상영됐다. 영화의 제목은 〈쇼킹 패밀리〉. 주인공 세 여성들은 아들과 남편을 떠나 별거하며 혼자 살고, 부모에게서 독립해 혼자 살고, 이혼한 뒤 아이와 더불어 둘이서 산다. 정부 정책용어로 표현하자면 ‘소외 가정’이고, 더 흔한 말로는 ‘결손 가정’이다. 이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따갑지만 이들에겐 ‘정상 가정’이 오히려 상처여서, 관객을 향한 고백은 치부가 아니라 치유가 된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뒤 전 남편 가족의 부당 대우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던 한 여성은 남편이 자신의 자살 기도마저 며칠새 잊어버리더라고 증언한다. 이들에게 진짜 충격적인 가족은 어느쪽일까? 이경순 감독은 말했다. “세상엔 하나의 가족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란 말의 대체 용어가 나왔으면 한다.” 영화는 지난 전주 국제영화제에서도 관객 평론가상을 받았다.

가족 변화는 여자가?=여성사 전시관이 연 이번달 전시의 제목은 더 충격적이다. ‘가족, 새로운 퍼즐놀이’. 오혜주 관장은 “주위 여성들만 봐도 이혼 열풍은 옛말, 이제는 재혼의 바람이 불어닥쳤다”고 했다. 실제 여성의 재혼 비율은 남성보다 높다. 전체 결혼 가운데 재혼 비율은 지난 80년 여성(4.1%)이 남성(6.4%)보다 적었지만, 2004년엔 여성(20.4%)이 남성(18.2%)보다 많아졌다.


이혼·별거 제의도 남편(30.6%)보다 부인(66.75)이 훨씬 높고(2005, 통계청), ‘이혼 불가’를 고집하는 쪽도 남성(40.28%)이 여성(18.14%)보다 두 배는 더 많다. 이혼을 생각하는 빈도도 3년간 여자는 6번, 남자는 3번 정도로 여자가 두 배 정도 높다. (경상대 이명신·성공회대 김유순 교수, 여성연구 최근호)

여성의 가장 큰 이혼 사유는 폭력이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연숙(50) 위원장이 이혼을 결심한 이유의 하나다. 그는 지지난해 집을 나와 여자 애인과 함께 산다. 아이들을 성인으로 키운 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달았지만 그것만이 이혼 사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전부터 남편은 폭력적이고 자주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남동생은 “이제 와서 그 탄탄한 중산층 보험을 깨냐”고 했지만 그는 “순전히 나 자신의 행복을 선택해서 살고 싶다”고 했다.

만성적 가족피로, 너 돌아갈래?=이유가 어찌됐건 이혼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이 달라진 건 아니다. 재혼한 지 7년이 된 이아무개(37)씨는 “다시 이혼녀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여자들에게 이혼을 털어놓으면 등을 쓰다듬어주었지만 남자들에게 이혼을 털어놓으면 “쉬운 여자”로 보면서 접근하곤 했기 때문이다. “결혼은? 남편은? 아이는? 왜 그랬어? 왜? 왜?” 누굴 만나기만 하면 끝없이 이어지는 ‘개인사 질문’도 고달프긴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탈가족화는 추세”

전문가들은 지금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국가나 사회가 개입해 ‘정상 가족’이 대다수가 되는 사회로 돌려놓긴 힘든다고 말한다. 여성을 ‘가정해체’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일도 섣부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는 “대다수 한국인들은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모두들 가족을 쳐다보고, 의지하고, 원망하는 습성이 있다”며 “한국 가족은 다양한 기능적 과부하 상태에 놓여있다”고 분석한다. 장 교수는 “지금의 만성적 가족피로 현상과 다양한 탈가족화 추세는 사회 구성원들이 가족이란 틀에서 벗어나 합리적 선택을 하는 성격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인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가족은 일종의 불가역적인 역사적 추세”라며 “여성들이 가족 변화의 주체가 된 건 가부장적 가족 형태에 대한 반발과 평등한 관계형성을 요구하며 개인의 행복을 찾아 나선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건강 다음 가족 중시 한부모 가정·동거 부정적 평가 많아

〈한겨레〉와 밀워드브라운이 지난달 23~24일 전국 18~59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다양한 가족에 대한 허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가족의 조건’을 물은 결과 ‘부부는 남녀의 결합이고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94%로 절대다수였다. ‘가장이 아버지여야 한다’는 응답은 64.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성애 부부, 아버지 가장, 아들 선호는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남녀의 결합이어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남자(96.7%)가 여자(91.2%)보다 높았고, ‘가장은 아버지여야 한다’는 생각에도 남자(68%)가 여자(60.9%)보다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남자(28.2%)가 여자(21.2%)보다 강했다.

하지만 국제결혼과 입양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9%는 외국인과 결혼하는 가족에 대해 괜찮다고 답했으며, 성별로는 여자(76.8%)가 남자(65.2%)보다 높았다. 입양을 원하는 가족이 있다면 남자 85.1%, 여자 87.6%가 찬성하겠다고 답했다. 혼혈 스타 하인스 워드와 연극배우 윤석화씨, 탤런트 차인표·신애라씨 부부의 입양 등에 따른 효과를 고려해도 높은 수치다.

가족에 대한 애착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절반이 넘는 58.4%의 응답자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12.2%), ‘부부간의 사랑’(12.1%), ‘더 많은 수입’(11.9%)을 꼽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건강(48.3%) 다음으로 가족(14.7%)을 꼽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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