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제보자 주장의 차이
마침내 입 연 ‘현대차 비자금’ 제보자
검찰 설명과 달리 “김재록 들어본 적 없다” “2002년 대선 무렵 글로비스의 옛 금고에서 70여억원이 두 차례로 나뉘어 빠져나갔다. 이 돈은 글로비스 직원이 운전하는 승합차에 실려 나갔고, 그 직원은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 차를 세운 뒤 누군가에게 승합차의 열쇠를 건넸다.” “글로비스의 새 비밀금고는 그룹 본사의 지시로 2003년 9~10월께 만들어졌다. 이 금고를 만들기 전에도 계열사에서 빼돌린 비자금이 모두 글로비스로 모였다.” 정몽구(68)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의 제보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한겨레> 기자와 여섯차례 만나 제보 동기와 내용, 관련된 검찰 수사 과정 등을 상세히 밝혔다. 그의 증언은 검찰이 공개한 내용과 차이가 나는 대목도 적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6월 한 지방검찰청을 찾아가 현대차 비자금 조성 사실을 제보했다. 동기에 대해서는 “현대차 비자금 문제가 언젠가 터질 것이고, 이런 비리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사건의 제보 배경을 놓고 현대차 내부 파벌 갈등설, 고위 임원들에 대한 정 회장의 무원칙한 인사스타일 탓 등의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제보자는 이런 관측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검찰은 지난 3월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압수수색을 벌인 뒤 “금융로비스트 김재록(46·구속)씨 사건을 내사하다 글로비스 비자금 관련 제보가 입수돼 수사에 나섰다”며 “김씨 사건이 본류이고, 현대차 수사는 지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재록씨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재록씨 사건과 현대차 비자금 사건은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 비자금을 건드리는 데 부담을 느낀 검찰이 김재록씨 사건을 앞세웠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제보자는 “지난해 7월께 처음 제보한 수도권의 한 지청에서 글로비스를 압수수색하려 한 적이 있다”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제보자는 또 2002년 대선 때 글로비스 금고에서 빠져나간 70여억원이 정치권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차가 한나라당에 건넨 100억원은 현대캐피털 비자금과 숨진 정주영 회장의 개인돈’이라는 대선자금 수사 결과와는 다른 것이다. 그는 또 “본사의 지시로 2003년 9~10월께 글로비스에 새 비밀금고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때는 대선자금 수사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대기업 비자금 문제가 다시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른 시점에 현대차는 오히려 비밀금고를 ‘새로 만든’ 것이다. 황상철 이재명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