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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편 베낀 교수는 해임, 10편 의혹 총장은 감싸기?

등록 2006-12-28 08:49

최근 드러난 국내 학자들의 표절 사례와 처분 결과
최근 드러난 국내 학자들의 표절 사례와 처분 결과
고려대 표절징계 ‘이중잣대’
‘진상조사위’ 꾸리기로…“윤리강령 제정 시급”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최근 이 대학의 한 교수가 논문 표절을 이유로 해임 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논문 표절을 문제 삼아 교수를 해임한 것은 고려대에서 처음 있는 일로, 총장에게 쏟아진 표절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처분 결과가 주목된다. 학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절 문제 처리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징계위원회는 이달 문과대학 ㅈ아무개 교수가 2004년 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의 학술지 <아시아문화>에 실은 논문이 1950년대에 나온 일본 학자 책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해임 결정을 내렸다. ㅈ 교수와 같은 학과의 한 교수는 “논문과 책을 비교해 보니 전체 논문의 절반 가량이 일치했다”며 “지난 5월 윤리위원회에 이 사실이 알려져 징계위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ㅈ 교수는 학교쪽이 내린 결정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논문과 저서 10편 이상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 총장의 경우엔 보직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변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고려대 보직 교수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의 잣대로 20년 전 논문을 재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고려대의 한 교수는 “평교수는 논문 한 편을 표절했다고 해임시키고 총장은 10여편을 표절해도 괜찮으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ㅇ아무개 교수는 “최근 다른 단과대에서도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으나 해당 학과 교수들이 내부적으로 무마시키는 등 표절 문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총장 문제를 비롯해 적당히 덮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에서도 표절 사건이 잇따르지만 처벌은 미약한 게 현실이다. 지난달 12일 연세대 공과대학 백아무개 교수와 제자 정아무개 박사가 2편의 논문 내용을 2년 동안 논문 8편에 중복해 실은 것이 확인됐으나, 백 교수만 지난주 정직 석 달의 징계를 받았다.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한 줄기세포 조작 논문의 공동저자였던 이병천 서울대 교수도 지난 7월 정직 석 달의 징계를 받은 뒤 지난달 학교로 복귀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상명대 교수·영어교육학)은 “대학들이 윤리강령을 서둘러 만들어 표절 문제를 다루는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교수의회는 27일 오전 총회를 열어 박성수 교수(생명과학)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이른 시일 안에 꾸리기로 했다. 교육부도 이날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 논문 가운데 5%를 뽑아 표절 등 연구윤리 준수 여부를 조사하는 ‘무작위 표본조사제’를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발되면 차기 지원 대상에서 빼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전진식 최현준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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