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사건 수임료 5천만원에 대한 세무신고를 누락해 세금 2천여만원을 덜 냈다가 가산세를 포함해 2700만원을 뒤늦게 낸 사실이 지난 3일 밝혀졌다. ‘대법원장의 세금 탈루’라는 사안 자체가 워낙 중요한 데다, 이 대법원장이 지난해 11월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대법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적도 있어, 언론이 이 일에 큰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조선>과 <중앙>의 보도 행태는 차분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두 신문은 대법원장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는데, 공교롭게도 두 신문의 사주(방상훈, 홍석현씨)가 과거 탈세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4일치 기사에서 “법조계에서는 ‘단순착오이고 대법원장이 몰랐다고 해명하지만, 탈세 논란만으로도 사법부 수장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도덕성을 꼬집었다. 특히, 12면에서는 ‘사법부 수장 도덕성 논란’을 큰 제목으로 뽑은 뒤 “대법원은 소득신고 누락이 ‘단순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무책임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대법원장의 ‘도덕성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불과 6개월 전 방상훈 전 <조선> 사장은 회삿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세무사 직원의 단순 실수’라는 이용훈 대법원장 쪽 해명의 진위 여부를 떠나, 방 사장의 죄는 대법원장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것만 봐도, 그는 아버지 방우영씨의 조선일보사 주식 6만5천주를 명의신탁 형태로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23억5천만원의 증여세를 포탈했다. 또 복리후생비를 지출한 것처럼 거짓 전표를 꾸며 법인세 1억7천만원을 포탈하기도 했다. 회삿돈 25억7천만원을 사주 일가 명의로 조광출판이나 스포츠 조선 등의 계열사 증자 대금으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더욱이 <조선>은 지난 2001년 2월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언론탄압’이라며 지면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또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해 ㈜조선일보사를 포함해 종합일간지, 경제일간지, 방송사 가운데 각각 매출 1위인 언론사 세 곳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처럼 보도하며 또 다시 반발했다. 이에 서울국세청이 “법령에 따라 객관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는데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가고 왜곡·허위 보도를 계속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는 4일치 6면에 게재된 기사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 세금 누락 파문, 사법부 수장 도덕성 타격’이라는 제목 아래 이용훈 대법원장의 도덕성을 흠잡았다.
하지만 홍석현 회장 역시 1994년 11월∼1996년 4월 어머니로부터 차명 예금과 주식처분 대금 32억여원을 물려받으면서 증여세 18억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1999년 10월 구속 기소됐고, 지난 2000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30억원을 확정 판결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중앙>의 일부 기자들은 홍 회장의 검찰 출석 날 ‘사장’ 앞에서 “힘내세요”를 외쳐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한겨레>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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