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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학보단 기술로 돈벌어 카센터 사장님 될거에요

등록 2007-03-02 22:01수정 2007-03-05 15:36

[열쇳말로 본 새터민 젊은이] ⑦ ‘성공’
자동차검사소서 월급 180만원
100만원씩 적금 꿈 키워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 있어”

새터민 김관철(22·가명)씨는 서울 강서구의 한 자동차 검사소에서 일한다. 김씨도 또래의 다른 새터민처럼 4년제 대학 입학을 생각해 봤지만,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아 접었다. 그는 “좋은 대학에 간 친구들도 적응을 못해 도중에 그만두는 걸 많이 봤다”며 “빨리 기술을 배워 돈 버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여름 아버지(48), 동생(20)과 함께 고기잡이배를 타고 바닷길을 통해 곧장 남한으로 들어왔다. 당시 처음 구한 일자리는 주유소였는데, 그해 말 우연히 생활정보지를 보고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는 직업학교의 자동차학과에 들어가 1년 동안 일을 배웠다. “기술도 배우고 한 달에 15만원씩 돈도 받는 참 좋은 곳인데 여기(남한) 친구들은 잘 안 가는 게 이상하더라”고 김씨는 말한다.

3년 전 입학한 기능대학에선 자동차검사 산업기사 자격증을 땄다. 영어로 된 용어를 익히는 게 쉽잖아 세 번째 도전 끝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이듬해엔 더 수월하게 자동차 정비기사 자격증도 따냈다.

김씨가 자동차 검사소에서 하는 일은 자동차 배출구에 기계를 달아 배출가스를 점검하고, 큰 롤러 위에 차를 얹어 운행시키며 차량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매일 매연에 시달리던 그는 새해부터 좋아하던 담배를 끊었다.

그가 받는 월급은 180만원. 이 가운데 무려 100만원을 적금으로 붓고 있다. 회사에 다닌 지 1년도 안 됐지만 벌써 1천만원을 모았다. 김씨는 돈을 모아 카센터나 자동차 검사소, 부품점 같은 업체를 운영하는 게 꿈이다.

새터민의 취업형태
새터민의 취업형태
그렇다고 그가 ‘짠돌이’ 생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씨는 얼마 전 승용차를 샀다. 그는 한 달에 두세 차례씩 이 차에 가족을 태우고 남한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2주 전엔 스키장에 가서 스노보드를 탔고, 이번주엔 용인 민속촌을 둘러볼 계획이다.

김씨는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친구들과 음식점에 갔다가 ‘돈가스’란 말을 듣고 “가스불에 돼지를 굽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웃음거리가 됐다. 아직도 대화 중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남한의 청년실업 얘기가 나오자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는 있는데 너무 따지는 것 같다”며 “자본주의란 자기가 한 만큼 벌고, 알뜰하게 저축하면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선 남한 사회를 바라보는 때 묻지 않은 시각과 정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서울 양천구에서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사는 그의 아파트에서는 퀴퀴한 ‘남자들 냄새’가 풀풀 난다. 그러나 그에게선 새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낙천성이 느껴진다. 김씨는 “아버지가 옆 단지에 사는 새터민 여자 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아마 재혼할 듯하다”고 귀띔했다.

전종휘 기자, 노현웅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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