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영세어민·민박집 ‘배상 전쟁’ 먹구름

등록 2007-12-12 20:07수정 2007-12-13 22:00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어민들이 12일 오후 태안읍 마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16km 가량 떨어진 나치도 인근 바다에서 흡착포를 이용해 바다에 떠있는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이날 창기리 어민들은 배 52척에 나눠 타고 안면도와 천수만을 향해 흘러드는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태안/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어민들이 12일 오후 태안읍 마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16km 가량 떨어진 나치도 인근 바다에서 흡착포를 이용해 바다에 떠있는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이날 창기리 어민들은 배 52척에 나눠 타고 안면도와 천수만을 향해 흘러드는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태안/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대부분 ‘무자료 거래’…소득 입증 어려워
보험사·국제보상기금 ‘깐깐’…“정부 나서야”
“민박으로만 먹고 살았어. 설마 소득신고가 없다고 보상도 안 해주고 그럴까?”

12일 충남 태안군 모항리에서 만난 70대 민박집 주인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20년 동안 민박을 해왔다는 구아무개(70)씨는 “여기서 집 한채로 먹고 살아왔는데, 정부가 나몰라라 하면 안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양식장을 하는 의항리 주민 김아무개(67)씨는 기름 제거에 바빠 배상 문제는 일단 밀쳐놓은 상태였다. 김씨는 “양식장 피해 이전 상황을 채증해 놓으라는데 이미 기름에 잠긴 데가 많아 사진 찍기가 힘들다”면서 “판매 실적으로도 배상을 해준다지만, 무자료 거래를 해온 많은 영세 어민들에게는 무의미한 얘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름 범벅이 된 바다와 해안에서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 바쁜 손을 놀리는 충남 태안군 주민들 앞에 또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피해를 배상 받으려면 평소 소득 내역에 대한 철저한 자료 입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세 어민들은 워낙 무자료 거래가 흔한데다, 민박·횟집 등도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해양수산부 간부는 “시프린스호 사건 때도 어민들이 드러눕고 우기면 피해 배상이 나오는 줄 알고 있더라”면서 “보험사나 국제펀드의 손해 사정 전문가들이 그렇게 호락 호락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국내 주요 기름 유출 사고 방제비와 배상액 현황
국내 주요 기름 유출 사고 방제비와 배상액 현황
실제 국내 기름 유출 사고만 살펴봐도 배상 청구액과 배상 인정액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표 참조) 1995년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일어난 시프린스호 사건 때는 어민과 숙박업자 등 지역 주민들이 735억5400만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어업피해 198억3600만원, 관광피해 5억3800만원 등 모두 203억7400만원만이 인정됐다. 배상률은 28%에 그친 셈이다. 다른 주요 기름 유출 사고에서도 배상률은 10~30%대에 불과하다.

태안군 어민이나 주민들의 피해도 결코 그보다 적지 않다. 이들이 연간 생산하는 수산물 규모만 1200억원에 이른다. 해양수산부의 정영훈 어업정책팀장은 “양식 어장과 연안 조업 생산물이 대부분이라 연간 생산액의 상당 부분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 유출에 대한 방제비와 피해 배상은 일차적으로 유조선 선주의 보험사가 책임을 진다. 현재 허베이 스피리트호는 1300억원 한도의 보험에 들어있고, 이를 넘어서면 정유사들이 조성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가 나서 최대 3천억원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시프린스호 사고의 선례에서 엿보이듯 이들의 주머니를 여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태안군 현지에 피해 배상 관련 안내 책자 300여부를 나눠주고 사진 채증이나 거래 자료 확보를 권고했다. 해수부 안전관리관실 권석창 국제해사팀장은 “국세청 소득신고 자료가 있으면 가장 간단하다”면서 “민박집 주인이 방이 다섯 개인데 매일 손님이 들어찼다고 주장하고 실제 소득 신고는 안 돼 있고 하면 입증 여부를 두고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라, 태안/이완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