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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방제손길 안닿는 섬엔 ‘검은 재앙’ 여전

등록 2008-03-13 21:21수정 2008-03-14 00:10

12일 오전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 주민들이 큰말 앞 장벌에서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100일이 가까워 오지만 해변은 시커먼 기름띠가 여전히 남아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12일 오전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 주민들이 큰말 앞 장벌에서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100일이 가까워 오지만 해변은 시커먼 기름띠가 여전히 남아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태안 기름유출 사고 100일 다가오는데…
“끝도 없슈. 기름이 얼마나 많은지 4번째 닦는데도 뒤집으면 도로 시커먼해유.”

기름 유출사고가 난 지 100일을 3일 앞둔 13일 찾은 충남 태안 근흥면 가의도리 큰말 장벌 자갈해변에서 기름을 닦아내던 강간난(78) 할머니는 검게 반질거리는 자갈들을 내보였다.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태안 앞바다는 아직도 유출된 원유가 모래밭과 개펄, 자갈 틈새에 스며들어 있는 상태고, 방제 손길이 미치지 못한 섬과 갯바위 암벽지대는 시커먼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이 검은 원유를 걷어내고 있는 것도 100일 동안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가의도 주민 “겨우내 치우고 닦아내도 이 지경”
피해주민·시민단체, 삼성중공업 등 고소·고발

■ 유출원유 여전=국립공원연구원 최종관 해양생태계회복추진팀장은 “암반에 붙은 기름과 모래·개펄에 스며든 기름 제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근흥면 가의도리의 장보순(53)씨는 “겨우내 두뼘만큼 두껍게 뒤덮인 원유를 묵 떠내듯 치우고 자갈을 닦았어도 이런데 손 안닿은 곳은 오죽하겠느냐”고 말을 받았다. 신진항에서 6㎞ 서쪽에 있는 이 섬은 동서로 길쭉하게 생겨 남쪽으로 번지던 유출 원유 상당량이 북쪽 해변에 눌어붙었다. 섬이라서 자원봉사자가 거의 없다보니 주민 40여가구 70여명이 기름을 모두 걷어내기는 역부족이다. 얼마전 자갈삶는 장비와 굴삭기 2대가 들어와 그나마 일손을 덜었다.

최고령 주민 주영환(92) 할아버지는 “멸치공장이 없어져 홍합과 톳을 따 생계를 이었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평생 산 고향이 망가졌는데 사고친 삼성은 우리가 어찌 사는지 관심도 없고 사과도 안하니 욕을 안할 수 없다”고 괘씸해 했다.


[기름유출 100일] 태안 앞바다 생태 보고서

[%%TAGSTORY1%%]

방제가 안 되기는 육지도 마찬가지다. 소원면 의항리 북쪽 바닷가인 댕갈막~붉은어덕~태배, 신두리 양챙이, 모항 산하루와 원북면 학암포 석갱이 지역 등은 바위와 자갈이 원유에 뒤덮여 번들거리고 기름이 땅 속으로도 1m 이상 침하돼 있다.

댕갈막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김상일(32·천안농협)씨는 “곳곳이 사고 당시 그대로 방치돼 있어 고압살수기를 사용하면 바위에서 기름이 줄줄 흐른다”고 전했다.

■ 주민불만=사고 이후 태안은 배상 준비 과정에서 어민과 비어민, 전피해민으로 나뉘고, 다시 선주협회와 일부 지역수협 단위로 대책위원회가 나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대책위들은 우여곡절 끝에 연합대책위를 꾸렸으나 최근 이용희(군의장) 위원장이 자격 시비에 휘말려 사퇴하면서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이달 말 지급할 2차 생계비도 논란이다. 1차 생계비 지급 당시 대부분 지역에서 피해에 따라 등급을 매겨 차등 지급했으나 △잘못된 평가지표 △등급별 생계비 차이 △잘못된 대상 선정 등으로 홍역을 겪었기 때문이다. 강희권(44) 태안참여연대 의장은 “똑같이 나누거나 등급 차이를 줄이고 받을 사람만 받도록 기준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조선 쪽의 주민 방제인력 감축 조처 역시 민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최영구(65·만리포)씨는 “주민들에겐 방제 일당이 유일한 소득이어서 누가 일할지를 놓고 마을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답답해 했다.

태안지원특별법에 대한 불만도 크다. 특별법이 유조선 쪽만 규율하는 반 쪽짜리가 된 데 따른 것이다. 태안유류주민투쟁위 이충희 부위원장은 “개정 운동을 통해 삼성을 돕는 꼴이 된 특별법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 등 35개 시민단체가 모인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사고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피해주민들로 꾸려진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는 13일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대표 등 8명을 환경범죄의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과 대전지검 서산지청에 각각 고소·고발했다.

■ 새 불씨, 국제기금 추정피해액=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은 12일 태안사고 피해 규모를 3520억~4240억원으로 추정하고 조만간 최대 배상한도인 3천억원(유조선 보험금 1300억원 포함) 지급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제기금의 최대 추정 피해액 대비 배상한도는 피해의 약 60%를 보상하겠다는 뜻이며, 피해자들이 국토해양부에 피해액 지급을 신청하면 국제기금의 심사를 거쳐 바로 지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제기금의 집계에는 빠졌으나 나중에 피해가 입증되는 경우의 배상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변 여운철 변호사는 “추가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정부가 선보상한 뒤 정확한 피해 조사가 나오면 이에 따라 최종 정산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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