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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2004년부터 실시간 ‘패킷감청’

등록 2009-11-03 07:33

범민련 간부 인터넷 28개월간 상시적으로 뒤져
관련단체 “법정 증거통해 드러나”…검찰은 부인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가로채 보는 ‘패킷 감청’이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폭넓게 활용돼온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제기됐던 이런 주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범민련 이경원 사무처장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를 보면, 국가정보원은 2004년부터 무려 28개월 동안 이 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케이티(KT) 인터넷 전용회선의 통신사실을 감청했다. 이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는 서울서부지법이 2004년 11월26일 발부했는데, 허가서에는 이 단체가 사용하는 케이티(KT)의 인터넷 전용선에 대한 ‘전기통신의 감청 및 착·발신지 추적(아이피 추적 포함)’이란 항목이 포함됐다. 회선을 통한 전기통신 전체를 감청할 수 있도록 허가받으며, 허가서에 해당 업체의 송수신 업무 책임자의 서명까지 포함돼 있어, 통신사실을 실시간 감청할 수 있는 ‘패킷 감청’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이 단체 이규재 의장 등 3명을 기소하기 두 달 전인 2009년 4월에도 이 단체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엘지데이콤 인터넷 전용회선과 인터넷 전화에 대한 ‘전기통신의 감청 및 출력·인도 허가서’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았다.

또 국가정보원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법원에서 모두 18차례의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를 발부받아, 이 단체가 이용하고 있는 회원들의 이메일과 팩스, 유·무선 전화 사용 명세까지 낱낱이 들여다봤다. 범민련 원진욱 사무차장은 “국정원은 한 활동가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동선을 초 단위로 파악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정보기관이 한 단체를 찍어서 모든 움직임을 샅샅이 감시하는 무분별한 수사 관행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민련 변호인단은 “통신비밀보호법에는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통신제한조치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장기간에 걸쳐 상시적으로 ‘패킷 감청’을 하는 것은 표적 감청”이라는 의견서를 이 사건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윤경)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일부 감청허가서에 포함된 인터넷 회선 감청의 경우 기술적으로 패킷 감청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따른 적법한 수사방식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 가운데 패킷 감청에 의한 것은 없다”는 반박 의견서를 지난 10월16일 재판부에 냈다. 이번 재판에 제출된 증거가 패킷 감청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패킷 감청’을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간접 시인한 셈이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패킷 감청이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법정 증거를 통해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며 “개인의 통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이 오히려 정보기관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킷감청

인터넷을 오가는 거의 모든 자료는 ‘패킷’ 단위로 잘게 쪼개져 전송된 뒤 이를 모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재생된다. 패킷 감청은 이 패킷에 접근해 그 내용을 엿듣거나 가로채는 방법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패킷 감청은 해당 회선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송수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인터넷 보안에 취약한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는 통신 비밀을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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