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파산4부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별관 1호 법정에서 쌍용자동차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 결정한 뒤 최병훈 협동회 채권단 사무총장(왼쪽부터), 이유일 공동관리인, 김규한 우리사주 조합장 등이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법원, 회생안 강제인가
파산때 사회·경제비용 고려 결정…채무부담 크게 줄어
매출·시장신뢰 높여야…인수합병 없인 독자생존 한계
파산때 사회·경제비용 고려 결정…채무부담 크게 줄어
매출·시장신뢰 높여야…인수합병 없인 독자생존 한계
법원이 17일 쌍용자동차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강제인가 결정을 내린 것은 파산시켰을 때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77일간의 장기파업 진통을 극복하고 쌍용차가 연간 판매예상량을 초과 달성한 점, 지역사회가 협조를 약속하고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된 점 등도 쌍용차에 회생 기회를 준 배경으로 꼽힌다. 국외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안을 부결시키긴 했지만, 전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강제인가가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 9일 해외 채권자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에 동의한 13.5%의 소수 채권자가 있었다”며 “이를 회생채권자 조의 동의율에 더하면 65.48%에 달해, 법정 가결 요건에 근접해 진다”고 밝혔다. ‘승자독식’ 방식인 국외 채권단 집회의 의사 결정 과정을 분석해 실질적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채권단들은 이날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협력업체 등으로 이뤄진 쌍용차 협동회 채권단은 “중소업체들의 입장도 고려해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쌍용차는 “3년 안에 올해에 견줘 3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고 재기를 향한 다짐을 밝혔다. 3년 안에 경쟁력을 동종업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고, 흑자전환 실현 및 흑자경영기반을 확보해 3배의 매출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이번 회생안 통과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청산 위험’을 털게 됐으며, 감자·출자전환·채무변제 추진으로 재무 건전성을 다시 찾고 자본구조를 개선할 기회를 잡게 됐다. 변제 대상 채권 1조1940억원 가운데 40% 가까이를 면제 또는 출자전환하게 됐으며, 현금변제 대상액도 경영 안정화 예상 시점까지 거치해뒀다 분할 상환하게 돼 재무 부담을 크게 줄인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내부적인 역량을 키워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선진 자동차업체와의 협력으로 장기적인 생존을 꾀한다는 것이 쌍용차의 복안이다. 지난 10월 쌍용차가 내놨던 ‘중장기 턴어라운드 전략’을 보면, 2008년 쌍용차의 1인당 매출액은 3.5억원으로 동종업계 평균인 5.3억원에 크게 뒤진다. 내부 효율을 높이면 2011년까지 1인당 매출액을 5.6억원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쌍용차는 보고 있다. 여기에 시(C)200과 같은 새차를 내놓고 친환경, 고연비, 소형차 중심의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 시장의 신뢰를 얻어 매출과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고해도 새차 개발에 필요한 신규 자금 조달 등을 제때 하지 못한다면 독자 생존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전략적인 투자로 쌍용차의 제품 구조를 환골탈태시킬 수 있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쌍용차의 회생은 ‘폭탄 돌리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원형 노현웅 기자 circle@hani.co.kr
쌍용차 회생계획 및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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