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평 향응 비리’ 파문] 5700만원 어떻게 썼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기평) 간부들이 2007년 전후 1년2개월여 사이에 서울 서초동 ㅇ룸살롱에서 쓴 돈은 모두 5700여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아무개 전 선임본부장 등 과기평 간부들은 당시 과학기술부(과기부) 국장급 공무원들과 함께, 때로는 자기들끼리 ㅇ룸살롱에서 30차례 넘게 술을 마셨고, 이른바 ‘2차’를 간 것으로 조사된 것만 여러 차례다. 이들이 하룻밤에 이곳에서 쓴 돈은 통상 200만~250만원이었지만, 많을 때는 한 번에 600만원을 낸 적도 있고, 500만원을 지불한 날도 4번이나 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들의 비위 행위를 교과부에 통보하면서 “이 전 본부장은 공금횡령 방조 및 부하 직원에 향응과 성접대를 2차례 수수했고, 이아무개 전 정책기획본부장 역시 향응을 받고 여러 차례 성매수를 했다”고 밝혔다. 자금 담당 오아무개 연구원은 1700만원 현금 수수와 관련 공무원과 상사에게 향응을 제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선임본부장도 지난해 12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를 받을 때 본인이 직접 쓴 확인서에서 “조아무개 (과기평) 원장과 마실 경우 조 원장이 먼저 나간 뒤 아가씨 2명을 불렀음. 강아무개 과기부 국장과의 경우 각 1명씩 아가씨를 불렀음”이라고 진술했다.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ㅇ룸살롱 김아무개 영업부장을 불러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이들은 ㅇ룸살롱에 자주 올 경우 한 주에 2차례, 한 달에 4~5차례 찾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아무개 영업부장은 지원관실 조사에서 “한 번 올 때마다 20만원짜리 양주 3~4병과 8만~9만원짜리 과일, 마른안주 1~2개를 주문하고, 1명당 10만원인 접대여성을 1인당 1명씩 불렀으며, 2차를 갈 경우 28만원의 추가 금액은 술값에 포함해서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술값을 당일 지급하지 않고, 다음날이나 며칠 뒤 따로 결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술값은 허위 출장 보고나 인쇄비 등을 부풀려 예산을 횡령하는 수법으로 만들었는데, 술값을 지급할 때도 인쇄업자가 직접 ㅇ룸살롱 영업부장에게 전달하거나 비자금 관리 실무를 담당했던 계약직 직원 권아무개씨를 시켜 직접 현금으로 건넸다. 권씨는 지원관실 조사 때 “오아무개 팀장이나 이아무개 본부장이 수시로 외부인과 함께 (룸살롱을) 이용한 뒤 이튿날 ‘어제 술을 마셨으니 지배인한테 연락해서 처리하라’고 지시를 했다”며 “(외상값이 계속 쌓여)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은 과기평의 예산으로 외유성 출장과 휴가를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과기평의 이아무개 전 본부장과 오아무개 팀장, 과기부의 남아무개 국장과 홍아무개 서기관은 2007년 과기평 예산으로 7박8일 외국출장을 다녀왔다. 이아무개 과기평 본부장은 같은 해 여름 가족들과 강릉으로 휴가를 가면서 연구원을 휴가지로 불러 숙박비와 식사비용 등을 기관 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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