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와 새사회연대, 참여연대 등 92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지난해 12월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수뇌부 총사퇴와 철저한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검찰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검찰총장 과도한 권한 분산 필요
독립적 인사위 꾸려 투명성 제고
기소 심의 시민위원회 강화 등
‘민주적 통제’ 시스템 만들어야
검찰총장 과도한 권한 분산 필요
독립적 인사위 꾸려 투명성 제고
기소 심의 시민위원회 강화 등
‘민주적 통제’ 시스템 만들어야
“국민들이 검찰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원인은 검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데다 잘못된 검찰권 행사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검찰총장 임명 때 인사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거치도록 해 대통령의 정치적인 인선을 견제해야 한다. 검찰 안에 공소권 행사에 관한 자체 심의기관을 설치해 검찰의 공소권 행사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013년에 들어맞을 법한 이 검찰개혁론은 20년 전 한 법학자의 입에서 나왔다. 1993년 8월16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허영 연세대 법대 교수(현 헌법재판연구원장)는 “사정기관의 중추인 검찰이 타율적인 사정의 칼에 의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1993년의 현재 상황은 검찰개혁이 시대적 요청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방안을 내놨다. 이 개혁안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안에 견줘봐도 손색이 없다.
20년 전의 검찰 개혁안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20년 동안 검찰이 체질을 전혀 바꾸지 못하고 구태를 반복했다는 얘기다. 역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검찰개혁이란 구호는 고정 메뉴처럼 흘러나왔지만, 개혁의 본질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은 ‘백년하청’이었다.
집권자가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구조에선 원천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치권력은 검찰을 제 맘대로 다루며 통치수단으로 삼고자 했고, 그런 권력에 붙어 출세가도를 달리려는 정치 검사들은 늘 존재했다. 집권세력이 누구든 그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는 정구영 민정수석을 검찰총장으로, 김대중 정부는 신광옥 민정수석을 법무부 차관으로, 또 김학재 민정수석을 대검 차장으로 앉혀 검찰을 ‘특별 관리’했다. 이명박 정부의 ‘권재진 민정수석→법무부 장관’ 직행 사례는 이런 것을 보고 배운 결과다.
그동안 검찰개혁 논의는 제도 개선에 치중됐다. 그러나 제도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 악행을 합리화해 주는 도구로 변질된다. 예컨대, 1990년대 검찰개혁 방안 가운데 하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확대’였다. 권력형 비리, 정경유착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실제 중수부는 이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중수부를 잘못 운영하면 어떻게 ‘검은 칼’로 악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새 정부에서 중수부가 검찰개혁의 1순위로 수술대에 오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개혁,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공정한 사람이 총장으로 오면 된다. 제도를 바꾸면 뭐하나. 이상한 사람이 총장으로 오면 전부 소용없다. 검찰을 망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을 얘기했을 때 정말 거슬렸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제도 개혁’은 필수적이다. 몇 사람의 문제로 검찰 전체가 흔들리는 일을 막으려면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검사들은 검찰총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검찰은 사실상 ‘1인 독재’ 체제다. 일선 지검장들에게 많은 권한을 넘겨야 한다. 또 검찰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들이 필요하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총장의 권한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보니 총장이 바뀔 때마다 진폭이 너무 크다. 이제 그 권한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아봐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검찰을 통제하는 주체는 대통령이 아닌 시민이어야 한다. 검찰인사위원회 구성이 법무부와 검찰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여기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기소가 합당한지 여부를 심의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지금은 검사가 청구한 경우에만 검찰시민위원회가 열리도록 돼 있지만, 그 대상 범위를 주요 사건으로 확대하거나 결정의 효력에 강제력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인사와 예산에서 독립해야 한다. 독립된 검찰은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 된다. 그 주체는 국회와 시민이다”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한겨레>의 ‘정치검사의 민낯’ 시리즈와 관련해 31일 ‘검찰권 남용 검사는 개혁의 대상이다’라는 논평을 내어 “새 정부에선 검찰권 오남용 검사들에게 엄중한 인사상 책임을 묻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필 기자
연재정치검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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