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한겨레>의 신상 사진 중 어떤 사진을 기억해야할지 고민이라면 사진에디터가 '콕' 집어 추천하는 ‘사진에디터의 콕’을 체크하세요. 머스트해브(Must Have) 사진, 잇(It) 사진을 강창광 에디터가 골라 매주 금요일 전달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와 하루 뒤 북한의 ‘개성공단 군사구역 선포’, ‘남쪽 인원 전원 추방’으로 남북관계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져 설 연휴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여느 해 같으면 고향 방문과 친인척 사이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훌쩍 지나갔을 한 주였을 텐데요.
5일 오후 서울 용산역 승강장에서 김양재(72)씨가 익산행 열차로 시댁에 가는 딸과 손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승강장에서 한 가족이 설을 쇠러 왔다 돌아가는 이들을 배웅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위 두 사진은 설 연휴 시작 전 5일과 마지막 날인 10일 찍은 풍경입니다. ‘이별의 순간’이지만 흐뭇한 미소가 절로 일어나네요. 해가 갈수록 한복 입은 가족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역 귀성’은 이제 일반화된 듯 보입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 있습니다. 국외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입니다. 이번 설 연휴에 국외 여행객이 몰린 인천국제공항은 5일~10일 이용객이 95만여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여름·겨울 휴가철과 명절 성수기 이용객 중 가장 많았다는군요. 김해공항 등 전국 13개 공항의 국제선 여객도 같은 기간 25만여 명을 넘었습니다. 모두 합치면 120만 명! 정확히 통계가 잡히지 않는 국내 여행객 수와 합치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을 찾아뵙고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설날 본래 의미가 달라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어릴 적 ‘설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세뱃돈과 설빔입니다. 설빔은 늘 소매를 두 번 접어 입었습니다. 요즘 세대는 잘 이해가 안 가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나이에 몇 해를 입어야 하니 부모님은 늘 큰 옷을 사주셨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옷을 고르며 입어 보는데 세 번이나 접어야 해서, 어린 마음에도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젊은 시절 숟가락 하나 들고 서울로 올라오셨다는 부모님 손을 붙잡고 연휴기간 서울 변두리에 사는 친척집을 찾아 힘겹게 언덕을 오르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요즘 어린이들도 나름의 추억을 쌓고 있겠죠?
연휴가 끝나갈 때쯤 아내가 깜짝 고백을 했습니다. 당신을 만나 행복하다고…. 이유를 물으니 시댁과 친정이 모두 서울이라 명절 스트레스가 다른 사람보다 적어서라고 하네요. 좋아해야 하나요?
차례 음식과 술상 준비에 심신이 모두 지쳤을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보냅니다.
사진에디터
ch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