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내놨다. 고교 서열화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조처다.
2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보면, 1단계는 자사고와 특목고, 일반고의 동시선발, 2단계는 운영 성과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를 지정 취소하거나 자사고의 자발적 일반고 전환, 끝으로 3단계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외고·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논의하는 내용이다. 내년 하반기에 시작되는 3단계 ‘고교 체제 개편’ 작업의 최종 목표는 자사고 등의 전면적인 폐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은 그동안 ‘우선 선발권’을 이용해 우수 학생들을 ‘싹쓸이’한 뒤, 외국어 인재 육성 등 설립 목적과 다르게 입시 위주 교육에 몰두해 ‘입시 명문고’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단계인 동시선발을 위해 교육부는 이날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40일간 입법예고했다. 현재 고교 신입생 선발은 자사고·특성화고·특목고(과학고·외고·국제고·마이스터고)가 매해 8~12월(전기), 일반고와 자립형 공립고등학교는 12~2월(후기)에 신입생을 뽑는 ‘전·후기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기 학교에 1곳을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후기 학교에 3곳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신입생 선발 시기를 후기로 이동해 일반고와 전형 일정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부는 2019학년도에 시행될 고교 입시 동시실시와 관련해 외고·자사고·일반고 중 한 곳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이 ‘중학 재수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자사고·외고·국제고 추가 모집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후 일반고 배정을 희망할 경우, 각 교육청 선발방식에 따라 다시 배정하는 방식으로 재수를 피할 길을 열어뒀다. 각 시·도 교육청은 시행령이 개정되면 내년 3월31일 이전까지 ‘고입 동시실시’ 방안을 포함해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공고하게 된다.
이번 ‘동시선발’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선발 시기만 달라질 뿐 나머지는 기존 방식 그대로 유지된다. 외고·자사고·국제고 입시에서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지원하면 학교장이 학생의 내신, 면접을 바탕으로 뽑는 자기주도학습전형 방식은 유지된다.
교육부 핵심 관계자는 고입 동시 실시를 “자사고 폐지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고입 동시실시를 시작으로 외고·자사고를 완전히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고교 체계를 단순하고 공정하게 만들어 ‘교육 특권’을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고입 동시선발을 하면 일반고와 경쟁에서 밀린다고 생각하는 자사고들도 적지 않아 꽤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학부모들의 자사고 등 선호가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일반고 살리기’를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석재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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