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이 이명박 정부 때도 국가정보원이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를 잡고,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자택 등을 12일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건넨 돈의 일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거센 비판을 받았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당시 국정원장인 원세훈(67) 전 원장과 이 전 대통령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수사가 이 전 대통령까지 직접 겨누게 될지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가 이날 압수수색을 한 곳은 김 전 기획관을 포함해 김희중(50)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진모(52)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3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등이 국정원 돈을 사적으로 쓴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이 불법적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한 3명 중 김 전 지검장과 김 전 실장을 곧바로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였다. 김 전 지검장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5천만원을 현금으로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2011년 민간인 사찰 사건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주무관한테 ‘입막음용’으로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은 2012년 검찰 수사 당시 ‘총리실 간부가 자신에게 정부 발행 띠지로 묶인 신권 5천만원을 줬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그 돈의 출처를 확인하지 못한 바 있다. 김 전 지검장도 이날 검찰 조사에서 “(받은 돈을) 전달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3일에는 김 전 기획관을 불러 조사하는 등 최대한 조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4억원, 김 전 실장은 5천만원을 각각 현금으로 국정원에서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당시 받은 돈의 성격과 대가성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 때처럼 국정원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받은 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돈을 받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묵인 또는 지시가 있었는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반드시 밝혀져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은 모두 대표적인 ‘엠비(MB)맨’으로, ‘문고리 권력’이 세금인 국정원 특활비를 현금으로 받은 구조가 박근혜 정부 때와 닮은꼴이다. ‘엠비의 집사’로 통했던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2011년 말까지 청와대 안살림을 책임졌다. 김 전 실장도 이 전 대통령을 1997년 신한국당(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시절부터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시절까지 바로 옆에서 보좌한 ‘엠비 비서관’이다. 김 전 지검장은 2009년 9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냈다.
김양진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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