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김명수 대법원장 “충격 분노 참담” 판사 사찰 공식사과

등록 2018-01-24 17:09수정 2018-01-25 00:29

24일 대법관 간담회 뒤 입장문
“조사위 결과 후속조처 논의할 기구 구성
행정처 개편 등 근본적 제도개선책도 강구”
외부 강제수사 대신 ‘사법부 내부수습’ 비쳐
김명수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은 24일 법관에 대한 뒷조사와 재판 뒷거래 정황을 드러낸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와 관련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관 간담회 뒤 낸 입장문에서 “이번 일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실망감이 어떤지 잘 알고 있고, 저 역시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엄중한 상황”이라며 추가조사위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후속 조처를 논의할 기구 구성과 행정처 개편 등 근본적 제도개선책 마련을 다짐했지만, 법관 뒷조사의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조사를 비롯해 위법 의혹이 드러난 관련자에 대한 추가 수사와 처벌 등 구체적인 후속 대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입장문 발표 이후에도 법원 안팎의 반발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추가조사위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처를 취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처 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추가조사위 조사로 더 커진 의혹을 강제수사하기 위한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할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김 대법원장은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검찰이나 특검 등에 의한 외부의 강제수사 대신 사법부 내에서 사태 수습을 시도할 것임을 내비쳤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아울러 비슷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책도 마련하겠다”며, “단기적으로 인적쇄신 조처를 단행하고 법원행저처 조직개편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중립적인 기구의 설치 △행정처의 대외 업무 전면 재검토 및 행정처 상근판사 축소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곧 출범할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도 사법행정 운용방식 개선책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대국민 입장문과 별도로 법원 가족들에게 보내는 입장문에서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번 일은 우리 사법부 구성원 모두의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법관이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보좌의 대상이이어야 할 사법행정에서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성향에 따라 분류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법관의 독립 침해”라며 “두려움에 일단 눈을 감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지만, 상황을 직시하고 과감히 행동하지 않으면 한때의 잘못이 끊임없이 우리의 미래를 잠식하고 변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김명수 대법원장 입장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사법부 구성원 모두를 대표하여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들께 말씀드립니다.

이번 일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실망감이 어떠한 것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저희 사법부 구성원들도 실로 커다란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의 내용은 대다수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재판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동등하여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서는 안 됩니다. 또 재판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떠한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독립되고 정의로운 법관에 의하여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헌법이 법관에 부여한 사명이고, 그러한 재판이 좋은 재판입니다. 이는 국민 여러분의 상식이기도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일이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하여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먼저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하여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유사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책도 마련하겠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사법행정의 문화와 관행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의 설치를 검토하는 것과 함께 기존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해 나가겠습니다. 곧 출범할 예정인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도 이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사법행정 운용방식의 개선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하여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결국 국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좋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좋은 법원과 신뢰할만한 법원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사법부는 국민 여러분의 이러한 권리를 보다 충실하게 실현하기 위해 2018년을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일의 처리도 그 과정의 하나로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