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21개 복지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빈곤 노인 기초연금 보장을 위한 연대’와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호태씨가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초연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가장 가난한 사람은 우리인데, 왜 기초연금을 주지 않는 겁니까?”
서울 용산구 후암동 쪽방촌에서 사는 김호태(85)씨는 정부의 기초연금 정책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2014년 65살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한테 기초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뒤, 그는 해마다 7월이면 청와대 앞으로 찾아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촉구해 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매달 생계급여 49만원을 받는다. 1인 가구 최저생계 기준인 50만1600원(기준 중위소득 30%)에서 자신의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뺀 만큼의 금액이다. 이와 별개로 월 20여만원의 기초연금도 받는데, 이건 받으나 마나 한 돈이다. 기초연금과 똑같은 금액이 다음달 생계급여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그만큼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받든 안 받든, 결국 김씨의 생계급여는 매달 49만원이다.
최근 정부는 저소득층 소득 지원을 위해 약 150만명에 이르는 소득 하위 20% 노인에 대해선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오른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기초생활수급 노인 약 45만명은 이번 정부 대책에서도 소외돼 있다. 기초연금 수준이 높아질수록 ‘가장 가난한’ 노인의 박탈감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초생활수급자를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하면, 이들의 가처분소득은 기초연금을 받는 대다수 노인에 견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기초연금제도 평가’ 보고서를 통해 가구별 기초연금 수급액을 살펴보니,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는 3분위와 비교할 때 더 적은 기초연금을 받았다. 가난할수록 기초연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하는데 1~3분위 저소득층에선 그 반대였다는 이야기다. 이와 달리 소득 4분위부터 8분위로 올라가면, 기초연금 수급액은 감소했다. 보고서는 “일부 기초생활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공공부조가 지닌 ‘보충성의 원리’에 비춰볼 때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태도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재산이 최저생활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 모자란 만큼 보충하는 공공부조이므로, 기초연금도 소득의 일부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도입 이후 지난 4년간 정부가 이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자, 지난해 11월 어르신 99명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따른 각 급여만으로는 노인 빈곤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므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도인 기초연금을 똑같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 자료를 보니, 기초생활수급 노인(45만8176명) 가운데 1인 가구가 70% 이상이다. 홀로 사는 노인이 받는 생계급여 평균액은 월 26만3965원이었다. 서울 동작노인종합복지관 김익환 관장은 “수급 노인들은 대부분 혼자 사시고 몸이 불편해 갖고 있는 돈을 아껴서 생활한다. 실시간 안전 확인을 위한 ‘독거노인 안심폰’이 있는데, 전기료를 아끼려고 켜지 않을 만큼 1~2천원도 아쉬운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한 논의가 헛돌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 기초연금 일부를 소득인정액에서 일정 기간 제외하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이 제도에 따른 각 급여 수준이 어느 정도로 올라갈 때까지 기초연금 50%를 수급 노인한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