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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용산참사때 경찰 핵심 수사국도 ‘댓글 공작’했다

등록 2018-09-05 12:57수정 2018-09-05 16:48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발표
수사국·정보국 등 900명 동원 댓글·인터넷 여론조사 참여
수사국장이 사시 동기인 검찰 특수본부장과 접촉 정황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유남영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유남영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9년 용산참사 당시 경찰청 수사국 등이 ‘과잉진압’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른바 '댓글 공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경찰청 보안 및 정보 기능 등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지만, 경찰의 핵심 기능인 수사국마저 '댓글 공작'에 가담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당시 경찰 고위 간부가 '용산참사'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를 직접 접촉하는 등 수사에 영향을 주려고 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경찰의 과잉진압 부분도 수사했지만, 이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경찰력 투입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용산참사’ 사건의 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이날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경찰은 당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지시로 1월25일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고 관련 조치 및 향후 대응방안’(대응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수사국과 정보국, 경비국이 협조해 작성한 대응문건에는 ’전국 사이버요원(900명) 활용, 인터넷 사이트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여론 분석, 아고라 등 게시글에 반박글 및 각종 여론 조사에 적극 참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언론계 인사 및 지인 등을 통한 경찰 입장 홍보’, ’수사국 경정급 이상 간부 등이 평소 알고 지내는 언론인 및 지인들을 대상으로 경찰 옹호 관련 기사, 칼럼 등이 게재될 수 있도록 당부’하라는 지침도 마련됐다. 실제 대응문건에는 경찰이 각 언론사 관계자와 나눈 대화가 요약돼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농성중인 철거민들의 강제진압에 나선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3가 남일당 망루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찰이 농성중인 철거민들의 강제진압에 나선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3가 남일당 망루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응문건 작성에 앞선 2009년 1월23일 수사국이 작성한 '수사국 일일추진상황'(일일추진상황)에는 “현재 진행 중인 인터넷 여론조사에 IP(아이피)·ID(아이디) 방식을 불문하고 매일 접속하여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인터넷 여론조사에 찬반 투표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댓글을 달아 여론을 주도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정보원,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에서 진행해온 인터넷 여론 조작과 유사한 방식이다.

대응문건에는 사이버홍보 실적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 대응문건을 보면 참사 나흘만인 2009년 1월24일까지 경찰의 사이버 대응 일계는 622건, 누계는 744건으로 집계됐다. 또 각 언론사의 ‘용산참사’와 관련한 여론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지시가 나왔으며, 진상조사위는 사이버 대응 지시가 내려온 2009년 1월23일부터 1월27일까지 인터넷 여론 조사에 119건 참여했다는 내용의 보고도 확보했다.

당시 과잉진압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경찰이 수사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일일추진상황에는(2009년 1월23일) ‘검찰 수사본부와 유기적 연락체제 구축을 통한 수사방향 및 경과 등을 파악’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응문건에는 ‘용산참사’ 수사를 위해 꾸린 ‘검찰 특별수사본부’(검찰 특수본)의 당시 수사방향을 전철연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 경찰의 과잉조치 여부, 화재 발생 원인 등으로 분석한 뒤 검찰 수사본부 구성원 분석 및 수사 협조체제 구축을 위한 대응 전략을 구성하는 동시에 수사검사 및 지휘라인 대상 경찰 내 지인을 통하여 객관적 수사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경찰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당시 수사 대상이었던 서울지방경찰청의 상급 기관인 경찰청이 소속 경찰관들에게 수사 주체인 검찰에 직접 접촉하라는 부적절한 지시를 내린 것이다.

특히 대응문건에는 ‘수사국장은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와 전화통화, 경찰 입장 지속 전달’하라는 지침이 포함됐다.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이었던 송강호 전 국장은 ’용산참사’ 검찰 특수본의 본부장을 맡았던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사법고시 26기 동기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특수본 관계자의 실제 접촉이 있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병두 당시 검찰 특수본 본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송 전 국장과 사법고시 동기로 아는 사이는 맞다. 당시 만약 통화를 했다면 서울지방경찰청 압수수색 관련한 통화를 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수시로 연락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현재로써는 당시 통화했던 기억이 없다”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당시 경찰이 안전대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남일당 건물에 진입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용산참사 당일 총 두 차례의 경찰 특공대 진입이 있었는데 1차 진입 후 소화 분말이 떨어졌음에도 2차 진입을 한 사실과 고공 크레인 등 남일당 건물 진입에 필요한 장비가 마련되지 않아 일선에서 특공대 투입 반대 의견이 나왔음에도 경찰 지휘부가 작전을 감행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

또 당시 용산참사 진압의 총 책임자였던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집무실에서 수시로 참사 당시 상황에 대한 대면 보고를 받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에게 6차례 전화로 보고를 받은 사실 등도 확인됐다. 당시 검찰 특수본 조사 과정에서 김석기 전 청장은 “진압 당시 무전을 꺼놓고 있었다”라며 과잉진압의 책임을 피해 갔지만,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김 전 청장이 사실상 진압 전 과정을 총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이런 결론을 내놓으며 경찰이 당시 희생된 철거민과 순직한 경찰 특공대원 유가족에 사과하고 일선 경찰관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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