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용산참사 인명피해 원인
‘경찰 지휘부의 무리한 진압’ 결론
“진상조사 이제야 시작…끝까지 투쟁”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용산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 심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용산참사 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오늘 발표로 진상규명의 작은 물꼬가 트였을 뿐이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5일 2009년 용산참사 사건이 김석기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 등 경찰 지휘부가 안전대책 없이 특공대를 조기에 투입하는 등 무리하게 진압작전을 강행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조사위 권고안의 이행을 촉구하고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등 당시 경찰 지휘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용산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당시 경찰 지휘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유가족들은 10년이 다 되어가는 용산참사 진상규명에 첫발을 뗐을 뿐이라며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김석기 의원 등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가족 김영덕씨는 “(조사위의 발표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살자고 망루에 올라간 이들이 왜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어야 했나. 김석기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 유영숙씨도 “남편의 진실을 밝히려고 10년을 길거리에서 살았다”면서 “그 고통은 용산참사 가족과 아이들에게 지금도 진행중이다. 김석기 등 책임자 처벌을 위해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서 뛰어내려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발언에 나섰다. 김창수씨는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결과가 나온 것 자체가 처음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참담하고 원통하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의 잘못된 과잉진압이 아니었으면 지금 살아계셔야 할 분들이 있다”며 “반면 김석기 등 경찰 책임자는 처벌은 커녕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조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주환씨도 “미약한 존재라 하소연할 기회도 없었고, 하소연을 하려고 망루에 올랐다 24시간도 안돼 강제진압을 당했다”며 “저희들은 부모를 죽인 죄인으로, 동료를 죽인 죄인으로 만든 이들이 용서를 빌고 법적으로 책임 지는 것을 두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소장은 이번 조사위의 발표와 더불어 현재 진행중인 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결과에 따라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이제 민갑룡 경찰청장이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등 권고안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할지가 중요하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청 과거사 조사단도 보다 진전된 결과를 내어 당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